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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Mar 18. 2022

[시 감상] 이창훈 시인의 '나무'

시가 비추는 세상을 함께 봅니다.

       


            

                           (이창훈)


나무는

나무를 베려던 사람을 나무라지 않는다


나무가

베인 핏물로 써 내려간 종이에


사람들은

희망이라 읽고 사랑이라고 쓴다


내일도 바람에

귀를 씻는 푸른 잎사귀


나무는

제 손을 갉아먹는 벌레를 나무라지 않는다


못 뽑힌 자리 멍든 손 들어

괜찮다 괜찮다... 십자수 흔들며 뿌리내린다


나무 둥지 송송 뚫린 구멍으로

사람들은 높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이창훈 시집, '너 없는 봄날, 영원히 꽃이고 싶다' 중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싶어 숲을 걸었습니다. 상쾌한 공기와 지저귀는 새소리 한결 몸이 가벼워집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땅은 봄비가 반가워선지 생명을 슬그머니 밀어 올립니다. 숲은 무뎌진 오감을 깨웁니다. 언제나 살아 있는 것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습니다.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 봅니다. 사진의 배경이 되었다가 보는 이에게 시상을 주었을지도, 등산객의 땀을 닦아주며 힘든 사람을 토닥토닥 했을지도 모릅니다.


시인은 나무에 주목했습니다. 인간과 벌레를 원망하지 않는 초연함에 숙연해집니다. 나무는 다 주고도  못주었다고 하는 부모님을 닮았습니다. 자식부족함을 당신 탓으로 돌립니다. 부모가 살았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살라며 지금껏 희생하며 사셨습니다. 우리는 그런 부모님 덕분에 밥벌이로 사람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사춘기 자녀가 힘들게 할 때마다 부모님이  더욱 생각납니다. "나도 그렇게 힘들게 했었구나"라는 못난 고백을 하게 됩니다. "언제 철이 들려나"라며 기다리셨던 어머니의 가슴은 얼마나 까맣게 탔을까요. 나를 똑 닮은 자식을 보며 겸손과 인내를 배웁니다.


사람의 일생은 태어나 성장하고 결국 죽게 되는 여정입니다.

나무는 피고, 맺고, 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를 반복적으로 깨우칩니다. 한 번뿐인 인생 꽃피고 향기 나누지 않겠냐고. 나무가 주는 놀라운 지혜를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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