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 정문선 May 30. 2022

[시 감상]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지

시 한 편에 오래도록 머뭅니다.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지

                                                  (나태주)


사막이 따로 있나

나 사는 곳 너 사는 곳

거기가 바로 사막이지


아침마다 집 나서며

물병 하나씩 가방에

챙겨서 떠나는 우리


낙타가 따로 있나

네가 바로 낙타이고

내가 바로 낙타이지


타박타박 날마다

지친 발 한 발 한 발

옮기고 옮겨서 인생


그렇지만 말이다

내 가슴속 만약 네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네가 없는 나의 인생

그대로가 사막

모래바람 날리는 사막


부디 떠나지 말아다오

나와 함께 인생의 끝날

그날까지 손잡고 가다오


인생은 그야말로 끝없는 소비

나는 너를 소비하고

너는 나를 소비하고


너는 내가 만드는 사막이고

나는 또 네가 만드는 사막

하지만, 그렇지만 말이야


우리 서로 기꺼이

키가 큰 나무가 되자

모래바람 부신 햇빛 막아주는


우리 서로 아낌없이

깊고 깊은 그늘이 되자

아프고 지친 마음 껴안아 주는.




나태주 시인을 좋아합니다. 쉬운 언어가 어쩜 그리 공감이 되는지, 곱씹을수록 의미가 진해집니다.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좋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황폐화된 마음에 날마다 나무 한그루를 심을 수 있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언제 자랄지 모른다 하더라도 조금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싶습니다.


사랑도 주고받음이라고 하지만 받는데 더 익숙한 것이 본능입니다. 많이 받았다는 건 그만큼 상대의 마음을 얻었다는 것, 상대의 마음의 에너지를 가져와 내 안의 사막을 가꾸었다는 의미겠지요. 저는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사람, 인정받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먼저 아끼는 사람에게 쉴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되지 않은 채 모든 노력은 사상누각처럼 허망한 것도 알았습니다.    


행복이라는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행복을 좇아 사는 어리석은 삶을 살았으니까요. 타인이 정한 기준과 다음을 기약하는 공수표를 날리며 아등바등 열심히만 살았습니다. 그러나 제 때 관심과 정성을 두지 못했던 일들이 부메랑처럼  뒤늦은 청구서를 내밀고 있으니까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살피는 것, 내가 바로 서도록 노력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을 선용하며 황폐화된 나와 당신의 마음에 나무 한그루를 심는 삶임을 알았습니다.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는 의미에 오래도록 머문 이유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덜 후회하도록 살려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관찰] '관계'란 무엇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