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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 정문선 Feb 11. 2023

[문장 산책] 마지막으로 노래한 것은 언제인가

삶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가보지 않는 길이기에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에게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다음의 네 가지를 물어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노래한 것은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춤을 춘 것은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이 언제인가?
마지막으로 고요히 앉아있던 것이 언제인가?

<독서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하필선>


매일 삶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공부량과 싸워야 하며, 직장인은 연차에 따른 기대에 부응해며 살아야 한다. 다들 어쩔 수 없어서 견디고 있을 뿐이다. 삶이란 희망을 노래하는 봄보다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과 가까울지도 모른다. 름을 어떻게 보내냐에 인생의 정의가 다를 뿐, 날씨 탓만 하다가는 한숨이 호흡이 된다.


삶이 힘든 이유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다. 하나씩 경험하며 온으로 부딪히며 나갈 수밖에 없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가 쓴맛과 단맛을 보며 인생수업의 페이지를 채워갈 뿐이다.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일상 보내고 있다. 숨 가쁘게 달려온 파란만장한 6개월, 단거리 경주만 쉴 새 없이 반복했다. 아웃풋끊임없이 요구되는 현실에서 하는 시간을 늘리고 잠을 줄여가며 버텼다. 그 결과  단순해졌고 내려둠은 많아졌다. 풍경을 찍는 여유도, 독서 삼매경에 빠졌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인풋이 없는 삶은 배경음악이 없는 영화처럼 료하고 밋하다.


공직생활 중  번의 경험으로 올해가 어떻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목표 소박하게 20분 확보, 리츄얼(스트레칭, 필사, 독서) 달성다.  그럼에도 하루 20분 못 채우고 건너뛸 때도 많았다. 환경이 락하지 않고는 현실을 벗어날 수 . 부정보다는 긍정에, 회피보다는 부딪힘에 답이 있다고 주문을 외우며 애써 하루를 지워가고 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그어가며 헤처 나갈 뿐이다. 



가족 등불이자 충전소


사막과도 같은 황량함 속에도 오아시스와 같은 가족이 있기에 버틸 수 있다. 일의 과로가 누적된 탓인지 몸이 무겁고 입맛이 없다. 처럼 금요일 저녁, 아내와 소울푸드를 찾았다.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지난 추억을 소환했다. 이야기꽃을 피우다 아내의 한마디, "금요일만 기다린다"는 말에 가슴이 메인다. 애씀과 고단함을 내색하지 않으려는 마음까지 전해진다. 날마다 종종거리며 어떻게 사는지 알기에 애잔하다. 주말부부, 직장인의 고충, 엄마의 자리, 아내의 역할, 살림까지 아플 새도 없이 슈퍼우먼으로 살아야기에 자신의 이름 없이 지금껏 살았다. 8년 전 이름을 찾아준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하고 있다.


부부란 속도를 맞추기 위해 기다리고, 상대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는 이인삼각경기처럼 구호를 외치며 뛰고 또 뛰는 인생경기의 파트너다.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뛰었던 아내를 위해서라도 8월엔 매일 출퇴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다. 아빠 힘내라며 둘째의 안마로 한주의 고단함을 잊는다.


주말 아침, 아내는 꼭 보여줄 게 있다며 뮤지컬 배우 김호영의 노래하는 영상을 몇 편 보여준다. 그는 노래도 수준급이지만 무대를 휘어잡는 흡입력과 탁월한 입담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분위기를 밝게 하는 텐션이 뛰어나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였을까. 울림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 어떤 사연이 있을까. 앞으로 그의 궤적도 궁금해진다.


문득 스치는 생각


"나는 어떤 사람일까."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책 한 권이 멈췄던 생각을 돌게 하고, 게을렀던 손을 움직이게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일 때가 있었다. 축적했던 시간과 노력이 결코 헛되지는 않았으리라. 어떤 위기에도 살아남기 위해 벼렸던 지난 몇 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힘듦은 겸손으로 안내했고, 고난은 오히려 감사의 이유가 되었다. 해가 트기 전이 가장 깜깜한 것처럼 어찌 맑은 날만 있겠는가.


먼지가 수북이 쌓인 꿈 노트를 털어내며 책이 준 문장과 하나가 되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해 보자. 정말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인가?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을 마지막으로 한 것이 언제인가? 그렇게 나는 오늘도 조용한 곳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래된 책을 읽고 있다.

<독서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문장산책#가족#삶의무게#하필선#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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