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2살에 미용실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100만 원도 못 받았던 것 같다. 명목상으로는 최저임금이 다 적용이 되는데 자세한 사항까지는 모르겠고, 교육비니 뭐니 해서 몇 십만 원을 가져갔다. 그래서 실상 내 손에 주어지는 돈은 100만 원 남짓이었다. 물론 주변에서 선배들이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업계 특성이 그런 건지 영업은 다 그런 것인지 사람과 기술이 없을 땐 시간과 돈이 너무 없다. 시간만 갈아 넣는 느낌이다. 디자이너 선생님이 된다고 해도 연예인처럼 버는 사람만 많이 버는 것 같다. 현실은 헤어스타일에 대한 예술성이나 디자인적 관심보다는 돈벌이에 대한 욕망이 강해야 살아남는다. 하긴 업장에서 예술성을 추구하는 건 안 되지만, 예술성에 꽂혀서 진입했다가 너무 다른 현실에 후회하는 사람들 많이 보았다.
주말에 특히 바쁜 미용업이다 보니 주말엔 특별한 사정 있지 않는 한 쉴 수 없고, 평일에 붙여서 쉬기보다는 징검다리 휴무로 쉰다. 매장마다 다르다. 붙여 쉬게 해주는 곳도 있다. 그 당시 내 주변 인턴들 임금 들어보면 교육비 빼도 140은 받았던 것 같다. 처음에 간 미용실이 짜기로 유명하긴 하다. 그만큼 교육을 더 시켜준다고 그러는데, 안 그래도 미용업 특성상 모두가 같은 날 쉴 수 없기 때문에 교육 날이 누군가에겐 휴무 날일 수 있어서, 휴무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갑자기 원장님께서 무슨 교육 잡혔다고 하면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참 그렇다.
그런데 여기에 교육을 더 시켜준다는 게, 말이 교육이지, 혹사다 혹사. 매장 오픈은 10시~11시 정도지만 집에서 새벽 다섯 시에도 나올 때가 있다. 일하는 시간엔 교육을 못하니 오픈 전 후로 교육을 한다. 피해 보는 건 그 위에 디자이너들도 마찬가지다. 원장님이 교육 더 시키라고 하니 디자이너들도 자기 휴무와 상관없이 돌아가며 오픈 전 새벽이나, 마감 후 자정까지 교육을 맡아서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임금을 더 받느냐? 내가 있던 곳은 그 당시에 주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콜센터 영업처럼 자기 긍정을 엄청 푸시하고 가스 라이팅 하고 그런 게 심하다. 그런 시스템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르겠다. 원장님께서 그 당시 열정 페이로 논란 있던 패션 디자이너 쇼 출신이셨는데 영향을 받은 건가. 물론 괜찮은 미용실 있다. 하지만 미용실 문화가 폐쇄적이라서 어디 가서 안 좋은 말을 못 한다. 정말 미용에 미친 사람 아니면 일반 회사 가는 게 정신적으로나 수입적으로나 훨씬 힘 덜 들이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다. 차라리 공장에서 쌍욕 먹는 게 낫다. 미용실은 정신적으로 지속해서 서로를 은근히 괴롭힌다. 미용실 그만두고 가구 공장에서 1년 일했는데 소리만 지르는 분노조절 장애 아저씨 있었는데 나 혼자 별 타격이 없었다. 미용실에서 단련돼서. 대부분 그 아저씨 때문에 나가더라.
미용실은 정치를 잘해야 하고 분위기 파악이 재빨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여성 분들이 많아서 그들이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미용업에도 구시대적인 분위기보다 좋은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