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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들어요

by 무아제로

힘들죠. 우울하죠. 나만 빼고 다 즐거운 것 같죠. 저도 매번 웃고는 다니지만 복잡한 일들이 많아요. 그런 거대한 파도 앞에서 어찌할 수 없어 끙끙 앓고 그래요. 제가 책을 읽고 삶에 대한 얘기를 한다고 해서 현명하게 사는 건 아니에요. 제가 현명하지 못하니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런 말들을 적고 다짐하고 되새기는 거예요.


다행히 저도 힘들어요. 방 안에서 눈을 감고 시계 소리만 가득해지면 그 상태가 차라리 편해요. 더는 눈을 뜨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영혼처럼 어딘가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다신 발을 끔찍한 땅에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을 가끔 해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이따금씩 웃고 사람들과 얘기하고, 사람이 질릴 때면 책과 얘기하고, 버티는 거죠.


맘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많구나,라는 걸 요즘 많이 직감해요. 저는 10년 전에 지금의 나이가 되면 무언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차라리 어릴 때가 안정적이었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제게 묻는다면 저는 손사래를 치며 싫다고 말할 거예요. 지금의 저는 별로 내세울 건 없지만, 많은 고민들을 지나온 저는 소중하거든요.


멋지게 나이 들어가고 싶어요. 혼자여도 외로워하지 않고 날이 좋으면 장미꽃을 사서 방에 꽂아놓기도 하는 성별 나이를 뛰어넘는 사람. 선과 악의 잣대로 판단하는 게 아닌 나만의 좋고 싫음을 따르는 주체적인 사람. 힘내자는 말은 서로에게 하지 말았으면 해요. 힘이 안 나는데 힘을 내라니. 위로받으러 온 친구에게 이성적으로 잘잘못 따지는 거 같잖아요.


삶엔 많은 고민이 있어서 잠깐의 만남이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사람뿐만 아니라 좋은 향기, 내 얘기를 하는 듯한 음악, 휘청이는 나무들, 주인 없는 길거리 강아지들도 만남이죠. 눈을 감는 게 편해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것들 때문에 다시 떠야 하는 이유겠죠. 만남이 마냥 좋을 수 없어도 만날 수 있다는 자체가 대단한 일이니까요. 누가 뭐래도, 변하지 못해도 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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