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반쯤 일어난다. 양반다리를 한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펼친다. 5분도 채 안돼 다리가 저린다. 침대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있으면 늘 다리가 저렸다. 왜일까. 매트가 푹신하니 무거운 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걸까. 그래서 몰린 근육이 부담스러워 고함 대신 경련으로 피력하는 걸까. 일방적인 배려는 고마움이 아닌 희생이 된다.
휴대폰을 켠다. SNS부터 확인한다. 내 감정에 취해 누군가에게, 나와 연결된 세계에게 선을 넘진 않았나 하고. 그 과정이 마감되면 홈 트레이닝이란 어플을 켠다. 제일 위의 '1주 프로그램'이란 메뉴를 누른다. 월요일이니 상체와 하체에 계획이 짜있다. 대단한 몸짱을 바라는 건 아니다. 그만큼의 강도도 하지 않는다. 그저 배는 나오지 않은 아저씨가 되고 싶을 뿐이다.
노트북을 켜려 하는데 현관문쪽으로부터 '툭'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방 안의 인터넷 공유기를 보니 불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누전차단기가 내려간 것이다. 비가 오면 왕왕 이런 일이 벌어진다. 집이 오래되기도 했고, 아버지가 계셨을 땐 어떻게든 해결이 되었는데, 요새는 난감하다.
누전차단기 앞으로 가서 스위치를 올려본다. 스위치는 무력에 의해 올라가지만 고정되지 않고 다시 내려온다. 당연한 일이다. 차단되는 이유가 있으니 우리 집의 안전을 위해 차단된 것인데 애써 올리려 하다니.
우산을 들고 집 주위를 살핀다. 집 왼쪽 구석의 콘센트가 비를 맞고 있다. 전에 내가 가려놓았는데, 누군가 이랬을까, 괜히 늙어가는 엄마의 얼굴을 떠올린다. 아이 같은 마음을 밀어내고 주변을 살핀다. 한 달 전 집 벽에 바르던 페인트 발수제 통이 보인다. 발수제 통을 바닥에 놓고 그 위에 벽돌을 쌓아 올린다. 콘센트를 안정되게 눞혀놓기에 위치가 알맞다. 그리곤 그 위에 노란 페인트가 묻은 플라스틱 네모난 통으로 덮어놓는다. 콘센트가 더는 젖지 않기를 기다린다.
인터넷이 안 되니 듣고 있던 인터넷 강의 순서를 상상으로만 떠올리는 게 쉽지 않다. 선사시대나 지금이나 불이 없으면 나아갈 수 없구나, 푸념한다.
불이 당연하다 여기다 사라지니까 종이 위에 직접 손으로 적을 시간을 주는구나. 더더욱 고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까지도 함께 주는구나. 개발하고 나아가야 할 때일까, 속도를 늦추고 스스로를 성찰해야 할 때일까. 나와 우리, 그리고 세계는. 오늘도 허공에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