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육아휴직기간,
와이프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랜 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창원으로 여행을 갔다.
꽤 친한 친구였는데
친구가 6~7년 전,
창원 쪽 대학교수로 옮기게 되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나지 못했었다.
“요~ 형~ 오랜만이야!”
(어쩌다 내가 한 살이 많아 형이라고 부르기는 하나,
그냥 친구이다.)
“요~ 맨~ 날 즐겁게 만들 여행코스는 잘 짜 놨어?”
“고럼~ 나만 믿고 따라오셔”
때마침 방학 기간이라 시간도 여유롭고,
와이프와 아이들도 처갓댁을 갔고,
외지까지 찾아와 주는 친구가 별로 없다며
본인 역시 한껏 들뜬상태였다.
통영, 마산, 창원을 오가며
한려해상공원 등반하기, 창원 번화가에서
저녁 먹기, 마산 맛집 탐방, 분위기 좋은 카페 가기,
등등..
이틀 동안 꽉 찬 스케줄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아내 하고도 이렇게 오랫동안
둘만의 시간을 같이 하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항상 아이들이 함께 하니..)
술자리가 아니면,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기 힘들었던 내가,
카페에 남자와 앉아
몇 시간을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다.
참.. 장족의 발전이다.
대화 중 문득 친구가 이야기한다.
“형. 그거 알아?
나 형한테 삐져서 연락 안 하고 산 거?”
“나한테? 뭔 소리야?
네가 먼 곳으로 와서 연락이 자연스레 멀어진 거지.”
“아니. 우리 둘이 연락도 자주 하고,
자주 보고 그랬잖아.
근데 어느 순간,
연락만 하면 맨날 바쁘다고 하고,
나중에 연락한다고 하고 연락도 없고..
그렇게 1년 정도 되다 보니
이 사람이 날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우습게 보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차츰 연락을 줄였는데,
형은 내가 연락을 안 하면 아예 연락이 없더라.
그렇게 우리가 연락이 끊기고 나서
지금 보는 게 몇 년 만인지 알아?”
일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상황이다.
“아.. 그랬냐?
난 그냥 우리가 거리가 멀어져서
연락도 뜸해졌지..라고 생각했어.
내가 그랬다면 미안해.
일 때문에 몇 년 미쳐 산 것 같아.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너 이야기 들으니,
후회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뭐야. 이 형.
오랜만에 보니 말하는 게 이상해 졌음.
형 스타일 이런 거 아니었잖아!”
내 스타일이 뭐였더라?
내 스타일이 어땠었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것보단 같은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을 한다는 것이 의외이다.
그리고
일 한다고 놓쳐버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녔구나.. 란 생각을
새삼 이 친구를 만나고 또 하게 된다.
그냥
커피숍에 앉아
남자 둘이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바로 이 순간이
행복하고, 소중하다.
P.S. 여행을 다녀온 이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살고 있고,
이 친구가 서울 출장을 오면 만나곤 한다.
육아휴직에서 복귀하고,
수도 없이 오지 말라 했는데도
굳이 복귀 축하를 해 준다며
서울로 와서 저녁을 먹었다.
아.. 기억났다.
난 모르겠고, 넌 조금 과한 스타일이었어.
[친구를 만나 1박2일 동안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