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잡생각
육아휴직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나다 보니
시간들이 느리게 가기 시작한다.
워낙 성격이 급해
남들 1 개비 담배를 필 동안
2 개비를 피웠고,
한 시간 반만 지나면
만취가 되어 집으로 가야 할 만큼
술도 빨리 마셨다.
나에게 맡겨진 일은
순식간에 끝내고 보고를 해서
보스가 좋아라 했지만,,,
생각해 보면
내 급한 성격을 맞추느라
밑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때는 생각 못했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빨리 안 하냐?”
“언제 끝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담당자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거렸으니
그 사람은 진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
그런데
몇 개월을 쉬고 나니,
나의 모든 행동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느리게 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빨리 무엇인가를 할 필요도 없고,
오늘 안 하면 내일 해도 되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만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삶이 느려진 것 같다.
어쩌다 회사 동료가 찾아와
함께 담배를 피우다가 놀란다.
“아니. 저 1 개비 필 때, 2 개비 피우시던 분이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이렇게 늦게 피세요?”
“응? 아.. 나 사실 요새 담배 잘 피우지도 않아.”
동료나 친구와의 술자리에서도
누군가 급하게라도 마시려고 하면
“야. 야. 천천히 좀 마셔. 시간 많잖아.”
라고 말해 상대방을 놀라게 한다.
전투적으로 술을 마셨는데,
쉬다 보니
맥주 1, 2 잔만 마셔도 기분이 좋아지고,
이런저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술을 안 마시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이
놀랍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과거엔 왜 그리 급했을까?
P.S. 그럼에도 하나 고쳐지지 않은 것은,
가족끼리 어디 놀러 갈 때,
혼자 옷 다 입고, 신발 신고, 마스크까지 쓰고
현관에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와이프가 항상 이야기한다.
“오빠! 애들하고 나 아직 옷도 안 입었는데,
왜 다 차려입고 현관에 서 있어? 사람 불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