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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Oct 31. 2022

083 나 24 - 술

중년 남자의 잡생각


난 술을 좋아한다.


스무 살 이후로는

못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꾸준히 마셨던 것 같다.


맛있는 음식에, 좋은 동료, 친구들,

한잔씩 술잔을 기울이며 즐기는

그 시간이 나에겐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1년 정도 B2B 영업팀장을 했을 때,

그때는 술이

‘즐기는 대상’에서 ‘일’로 바뀌었다.


평균 일주일에 5.5번을 마셨던 것 같은데,

월~금에는 거의 매번 술이었고,

토요일에는 격주로 골프를 치니

그때 마시는 걸 포함하면

대략 5.5번이 맞는 것 같다.


일주일 내내 술을 먹으며 괴롭다 보니,

와이프와 저녁에 TV를 보며

맥주 한잔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고,

굳이 이렇게까지 마셔야 하나…

하며 술에 대한 회의가 들었던 것 같다.



다시 기획 업무로 돌아왔을 때,

이제는 일로 술은 마실 일이 없다..

라며 좋아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한 번 든, 나쁜 습관은 오래간다고,

겨우 1년 만에, 영업에서 기획으로 돌아왔음에도

술 마시는 습관은 그대로 가지고 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는 회사에서

여러 가지 정황 상, 힘들었던 때라

술만 마시면 만취가 되고,

온갖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이야기했기에

술자리가 즐겁지 않았다.


그럼에도 술이 아니면,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육아휴직 기간,


술을 마시는 빈도가 확연하게 줄었다.

술 생각도 안 날뿐더러,

안 마셔도 상관은 없으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친구들을 만나기에

편한 마음으로,

느린 속도로,

적은 양을,

많은 대화와 함께 마시게 되었다.


오랜만에 즐거운 술자리를 다시 갖게 된 것 같다.



가끔 찾아오는 회사 동료들이

어떻게 된 거냐 물으면


“아.. 몰라.. 그냥 너도 좀 천천히 마셔.

뭐 급하다고 그렇게 빨리 마시는 거야?”


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리고

밤에 가끔 와이프와 맥주도 마시게 된다.

근 4-5년간 와이프와 술자리를 한 적이 없는데,

쉬다 보니 둘이서

맥주 한 잔 씩 하는 재미도 느낀다.


이상하게 맥주 한 캔만 먹어도

적당히 술이 취함을 느낀다.



이제야,

술이 주는 즐거움을

비로소 느끼게 된 것 같다.





P.S. 육아 휴직 후,

술자리는 확연하게 줄었지만,

쉴 때처럼 천천히 마시기는 어렵다.


워낙 같이 마시던 동료들이 주당들이라

속도를 늦춘다 늦춘다 해도

빨리 마시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술자리를 하면

한 시간 반만 마시고 집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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