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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Nov 10. 2022

089 가족 38 - 유전

중년 남자의 잡생각


건망증이나 선택적 청력이

우리 집안의 내력이라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성격적인 측면일 뿐,

진짜 생물학적 유전이 하나 있다.


바로 ‘빛’을 보면

재채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어머니로부터 받은 유전인데,

아마도 우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릴 적, 외갓집을 가면

이모나 외삼촌들이 방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햇빛을 보면

재채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나와 나의 누님 역시

햇빛을 보면 항상 재채기를 했었다.


어머니와 나, 누님이

모두 햇빛에 재채기를 했기에,

난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사람들이 모두 그런 줄 알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살면서,

내 주변에서 본 사람 중

햇빛을 보며 재채기를 한 사람을

우리 외가 쪽으로 이어오는 가족 외에는

본 적이 없었다.




육아 휴직 기간,

속초를 놀러 갔다.


장기간의 운전 끝에

드디어 도착한 속초.


아이들은 장기간 이동에 힘들어하며,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차 안에 있는 것이 답답했던지

후다닥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나온다.


“엣취!”


내리쬐는 햇빛에

나와 큰 딸, 작은 딸 세 명이

동시에 재채기를 한다.



이 녀석들은 내 핏줄이 확실하다.



P.S. 글을 쓰며 찾아보니, 아츄 증후군이라고 명칭도

있고, 나름 20% 정도나 된다고 한다.

이상하다.. 살면서 내 주변에선 한 명도 못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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