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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밀 Nov 12. 2022

091 가족 39 - 와이프. 나의 아내

중년 남자의 잡생각


와이프. 나의 아내.


육아휴직 기간의

소소한 일상을 쓰며,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은 뒤에야,

비로소, 주변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와이프가

제일 많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나의 글에

그렇게 좋게 묘사되지는 않았으나,

실상은 육아휴직을 하고,

서로 많은 대화를 하게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와이프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고,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생각해보면,

육아 휴직 전의 나에게는,

와이프의 어떤 행동이나 말도

마음속에 도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친구나 동료들이

자기 와이프 무섭다고 하는 말도,

어떠어떠한 것이 불만이라고 하는 것도,

가까이 지내야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이지,


머릿속에

일도 여유가 없는 나에게는

어떤 감정이 파고들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내 모든 것이 변하고,

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고,

여유가 있다 보니,

와이프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어느 순간,

무섭다거나,

나에게 너무한다거나 하는 행동들이,

그냥 씩 웃고 넘어가며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는

글감 정도가 된 것 같다.


똑같은 일인데,

과거에는 비극적인 드라마에 나올 법한 내용이,

현재에는 ‘순풍산부인과’ 시트콤에 나올 만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되어 버린다.


내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동일한 내용에 대한 생각이 상이해진다.



자녀 교육에 있어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나 먹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 없는 옷과 청소에는

무척 관심이 많다.


동물을 사랑하는 나와 달리,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와 같이 긍정주의자가 아닌,

걱정을 안고 사는 스타일이다.


본인이 말해 놓고는,

언제 그랬냐며 우기기 일수이다.


나에게 얼굴팩 찌꺼기를 발라주며 좋아하고,


팬티에 펑크가 나야, 몇 개만 사주는 와이프이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잘하지 못하는 요리를

준비하는 마음을 보이고,


잔소리를 잘 들어보면,

하나하나 나를 생각해서이고,


나의 말에 큰 공감을 하고,

“오빠는 진짜 대단한 것 같다.”라고

항상 칭찬을 해 준다.


육아휴직 기간,

와이프가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내가 대단해 보인다는 말이었는데,

이것만큼 나에게 자신감을 북돋고,

가정을 위해 애써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말도 없었던 것 같다.


학교 숙제로 존경하는 인물을 적어 오라 했는데,

주저 없이 아빠를 쓰라며 이야기한다.

(물론 아이들은 에이~ 그게 모야~

하면서 진짜 위인을 썼지만..)


‘나’라고 하는 존재가,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나,


시간이 지날수록

동반자에 대한 가치를

더더욱 소중하다고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

육아휴직 기간 알게 된

너무나도 큰 행복이자 선물인 것 같다.


 

고맙고, 사랑합니다.

나의 아내여.



P.S. 내 글이 거의 다해가는 이 즈음,

뭔가 수습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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