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가결, 기쁨의 순간

탄핵집회 의사일기 #3

by 무하

그 이후로도 윤석열 탄핵 집회는 계속되었다. 매일매일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모여서 탄핵에 목소리를 모았다. 12월 4일 야당들은 공동으로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고, 계엄 후 첫 토요일인 12월 7일에 표결을 진행했고, 이날 여의도에 28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인의협 및 보건의료단체연합 또한 그때부터 의료부스를 열고, 집회에서 부상당하거나 아픈 시민들을 치료하는 의료지원을 시작했다. 나는 이때 한참 전에 잡힌 친구들과의 여행 일정으로 참여를 못 했는데, 여행 중에도 국회 및 집회 생중계에 눈을 떼지 못해 친구들에게 한 소리 듣기도 했다. 결과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극소수를 제외한 국민의 힘 의원 대부분이 탄핵 표결에서 본회의장을 퇴장했고,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투표가 무산되었다.


윤석열은 시민과 역사 앞에 씻지 못할 내란죄, 외환죄, 친위쿠데타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려 탄핵 표결에서 도망치는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을 결코 용서하지 못하겠다고 느꼈다. 평일에도 탄핵 집회는 계속되었고, 당직이 아닌 날은 늘 서면 쥬디스태화 거리에 집회로 나섰다. 다른 것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 나라가 위기인 상황에서,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 여겼다.


12월 14일 주말, 주문 제작한 응원봉을 들고 서울행 KTX를 탔다. 오후 3시 조금 넘어 도착한 여의도역은 말 그대로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여러 부스 줄지어 있었고, 사람들은 피켓과 유인물을 손에 들고 걷거나 앉아있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여의도는 상대적으로 좋은 집회 장소가 아니었다. 넓은 광화문 광장에 비해 구조물들이 이것저것 너무 많았다. 전광판에는 꽃다지의 공연이 비고 있었다.


우리 의료부스도 의료인들과 찾아오는 시민들로 붐볐다. 여러 상비약과 치료 물품들을 준비해 두고 오는 사람들을 치료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의료부스 운영과 동시에 의료민영화 반대/ 공공의료 확충 관련 유인물 및 핫팩을 뿌렸다.

“핫팩도 받고 의료민영화 반대 공공의료 확충 유인물 받아가세요-!”

나도 친구들과 유인물과 핫팩을 들고 길 한쪽에 서서 목청 높여 소리치며 물품들을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의료부스 또한 쉴 새 없이 바빴다. 집회 참여자들이 워낙 많다 보니, 넘어지거나 다치는 등 상처를 입은 시민들도 있었고, 두통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이들에게 약을 주고 상처를 드레싱 했다.

그리고 오후 4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의 시간이 다가왔다. 거대한 스크린에 국회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떨렸다. 될 것 같다고 믿으면서도, 혹시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가득했다. 다행히 국회의원 전원이 투표에 참여했고, 긴장 속에서 표결과 개표가 진행되었다. 가결 필요 인원 200명에서 딱 4명을 더한 204명이 찬성표를 던져 마침내 윤석열의 탄핵소추가 가결되었다. 윤석열은 대통령 직무정지 상태가 되어 더 이상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모두의 환호 속에 집회장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앞에서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우리는 모두 뛰고, 기뻐하며, 눈물 흘렸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일단 한시름 놓았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뒷풀이로 사람들을 모아 근처 중국집에서 같이 먹고 마셨다. 축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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