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집회 의사일기 #2
다음 날 나는 초 각성 상태였다. 계속 뉴스 화면을 들여다보았고, SNS에도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지 휴대폰에 고개를 파묻었다. 사실 이때 제정신으로 있는 게 더 이상하긴 했다. SNS에 몇몇 뉴스와 관련 없는 일상 내용들이 올라왔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라가 지금 이 꼴인데 어떻게 그런 태평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지?
계엄 다음날,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탄핵 시위가 열렸다. 부산은 서면 쥬디스태화 거리 7시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가 열렸다. 원래 있던 일정을 취소하고 근무 후 저녁을 간단히 먹고 달려갔다. 12월의 쌀쌀한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사람들, 피켓, 깔개, 깃발, 무대. 거리가 꽉 찼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북적북적 열기가 가득했던던 것은 분명했다. 사람들의 분노, 그리고 결의에 찬 눈빛이 곳곳에 서렸다. 집회 중간에 부경인의협 터줏대감 선생님이 이미 앉아있었다. 인사드리고 옆 자리에 앉았다. 길 바깥쪽에는 깃발을 든 사람들이, 안쪽에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집회는 뜨거운 발언들과 노래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일상을 내려놓고 이 자리에 온 이유, 윤석열의 만행, 자신이 바라는 사회를 이야기했다. 발언자가 “윤석열의 이러한 만행,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질문하면, 모두다 “아닙니다!”를 외쳤고, “탄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을 던지면 “맞습니다!”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발언 중간중간에는 노래를 틀었다.
"질풍가도"의 힘차고 경쾌한 멜로디도 울려 퍼졌다.
“한 번만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뜨거운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 거야 너에게”
모두가 피켓을 노래 박자에 맞춰 좌우로 흔들었다. 이상하게 가슴에 무언가 차오르며 눈물이 났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거대한 불의에 맞서 싸우는 우리들의 열망이 똘똘 뭉쳐 노래로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첫 집회에서 발언했다. 윤석열 규탄, 그리고 의료 공공화의 필요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계엄 포고령 속 ‘전공의 등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이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조항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는데, 훗날 한 기사에 ‘000 의사가 전공의 처단 항목을 비판했다’라는 문장으로 잘려 실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