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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률사무소 무진 Dec 31. 2021

엄마표 영어 1년차 : 유튜브 영상들 -1편-


엄마표 영어 1년차, 아이 8살에 잘 활용한 유튜브 영상들을 소개해 봅니다.


사실 영어공부 중 유튜브 영상들이 차지하는 분량 자체는 많지 않습니다. 반면 '좋은' 유튜브 영상을 찾아 헤매는 수고로움은 정말 크지요. 10개 눌러봤자 쓸만한 거 1개 건지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유튜브 영상들을 찾느라 시간을 쓰는 게 과연 효율적일까 스스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치를 알게 되었어요. 일단 보석 같은 채널들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유튜브 영상들의 진가는 '꾸준한 반복'에서 나옵니다. 5분, 10분짜리 영상을 그냥 가끔 생각날 때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같은 채널의 영상들은 매번 비슷한 형식과 구성으로 내용만 달리하기 때문에, 이를 몇 개월 혹은 1년씩 매일 시청하면 그 누적에 따른 학습효과가 상당합니다. 


또한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는 것 이상의 소득이 있습니다. 1년차에는 영어의 기초를 다지는 영상들 위주이나, 2년차만 되어도 영어실력이 쑥 늘기에 과학, 시사, 문화 등 다양한 주제의 짧은 영상들을 보여줌으로써 아이의 시야를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짧은 5분, 10분이 쑥쑥 자라서 아이들이 성인이 될 무렵이면 원하는 정보 무엇이든 영어 원문 그대로 찾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으로 클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큰아이 영어 4년차에 들어가는 지금도 저는 틈틈이 유튜브 영상을 찾습니다. Mystery Doug 같은 채널은 1년째 매일 하나씩 봤고 다시 반복 중입니다. NBC Nightly News의 Kids Edition은 또 얼마나 재밌는지요. 다만 아이 스스로 유튜브를 헤매도록 놔두지는 않습니다. 제가 미리 찾아서 계획한 것들만 보여줍니다. 부모의 수고로움만 조금 보태면, 영어 배우기 참 좋은 유튜브 세상입니다.


1년차에는 책을 읽지 않고 영상물 시청만 하루 2시간 했고, 그중 유튜브 짧은 영상들은 하루 4-5개씩 꾸준히 봤습니다. 구체적인 구성과 시간배분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럼 오늘은 영어와 처음 만난 3개월에 아이들 영어공부를 도와준 두 채널을 소개하겠습니다. 



1. Maple Leaf Learning Playhouse


우선 초반에 검색해 나온 유명한 채널들을 대거 탈락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유는 초등학교 1학년인 8살에 처음 영어를 시작한다는 상황때문입니다. 엄마들이 많이 이용하는 Cocomelon(구독자 1.2억명)이나 Super Simple Song(구독자 3천만명) 등의 채널은 유아를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8살인 제 아들한테 보여주니 얼굴색이 급격히 어두워지더군요.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 같아 냉큼 치웠습니다. 같은 이유로 핑크퐁의 영어 콘텐츠도 일부만 선별해서 봤습니다.


영어는 유아보다 모르면서 정신연령은 초딩이니 어찌나 까다로우신지요. 결국 처음에 피하려고 했던 EFL자료까지 범위를 확대해서 처음 선택한 것이 바로 Maple Leaf Learning Playhouse입니다. EFL은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의 줄임말입니다.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학생을 위한 과정이지요.


저는 많은 노출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국어처럼 영어를 습득하길 바랬기에 처음 검색 때는 EFL컨텐츠를 제외시켰습니다. 원어민들이 EFL을 보며 자라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아드님 구미에 맞는 영상을 찾기 어려웠죠. 현지 아이들 8살 대상 컨텐츠는 영어가 어렵고, 영어가 쉬우면 영유아 대상이라 애가 싫어하니,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처럼 썼지만, Maple Leaf Learning Playhouse 및 다음에 소개할 Steve and Maggie 둘 다 매우 훌륭한 컨텐츠를 제공합니다. 제가 두 달 동안 유튜브의 바다에 떠돌며 건진 무한에 가까운 자료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리 아이 첫 유튜브 영상으로 선정된 베스트 2개입니다.



'Maple Leaf Learning Playhouse'는 'Maple Leaf Learning'이라는 상위 교육채널의 컨텐츠 중 일부만 모아놓은 채널입니다. 정보를 보니 일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자료로 보이는군요.


여기서 제가 활용한 것은 Craft자료들입니다. 종이로 뭔가를 만들거나 색칠하고 오리고 붙이는 내용의 동영상들이지요. 아저씨가(선생님이시겠지만 친숙한 아저씨 느낌ㅋㅋ) 책상에 종이와 싸인펜을 두고 이것저것 만들면서 계속 이렇고 저렇고 말을 합니다. "오늘은 토끼를 만들어 볼 거예요. 여러분 토끼 본 적 있나요? 저는 봤는데 당근을 주니 안 먹더군요." 뭐 이런 식이에요.


이것도 정신연령이 높은 다른 1학년에게는 유치할 수 있지만, 다행히 제 아들램 기준선은 통과했습니다. 울집 애들이 종이로 만들고 붙이고 이런 거 좋아하거든요.


이 컨텐츠의 최고 장점은 그냥 매일 하나씩 꾸준히 보기만 하면 숫자, 색깔, 동물, 야채, 과일, 음식에 관련된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는 겁니다. 우선 색칠을 많이 하니 color 관련 단어는 매일 나오고, 숫자 세기도 자주 챙겨줍니다. 또 만들기 주제가 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나 일상에서 친숙한 음식들이다보니 해당 어휘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집니다. 짧은 컨텐츠 내에 영어의 기본 단어들이 충실히 들어가 있고 반복도 많이 해 주는, 정말 알짜 동영상이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5분 분량의 영상 중 앞부분은 만들기, 뒷부분은 별도의 학습동영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동영상들이 말입니다, 참 엄청시리 올드해요. 최소 20년 전에 만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옛날스러운데, 이것만 보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제가 학습자의 입장에서 여기 동영상들을 진지하게 여러 번 봤는데요, 제 보기엔 핑크퐁이나 Cocomelon의 현란한 동영상들보다 훨씬 좋습니다. 주제 전달이 명확하고 머리에 쏙 들어옵니다. 핑크퐁 동영상은 3D에 총천연색에 춤도 추고 음악도 나오고 막 삐까번쩍하잖아요? 귀엽고 신나는데 보고 돌아서면 끝. 머릿속에 잘 안 남아요. 너무 예쁘고 화려하게 만들다 보니 컨텐츠가 묻히는 느낌이랄까요.


반면 여기 동영상들은 올드하지만 전달력이 좋습니다. 오래된 영상이라는 선입견만 배제하고 본다면 간결하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을 재밌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컨텐츠입니다. 뭐랄까, 영화에 비유하면 CG와 액션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였는데 짜증나게 노잼인 것들이 있는 반면, 돈 별로 들이지 않고 유명배우도 안 나오지만 심금을 울리는 수작이 있잖아요? 아이들 교육자료도 화려한 것만 우선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죠. 아래 동영상을 한 번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예요.



그리고 저처럼 꾸준히(매일 하나씩) 보여주다보면 후반부 학습동영상에 겹치는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상어 만들 때 나온 동영상이 해파리 만들 때 또 나오는 식이지요. 그렇게 겹친다고 빼지 마시고 그냥 보여주세요. 반복이 학습효과를 높이니까요.


첫 시작을 이 Maple Leaf Learning의 Craft(공작, 만들기)자료로 하신 후 아이의 영어실력이 늘면 유튜브의 'Art for Kids Hub'(아빠가 아이랑 그림그리는 영상)나 Slick Slime Sam(그림과 종이공작 등을 하며 설명해주는 내용) 등 원어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료로 옮겨가면 됩니다. 제가 이렇게 했습니다. 1년차 상반기에는 Maple Leaf Learning을, 하반기에는 Slick Slime Sam을 보여줬지요. Slick Slime Sam 채널에 관하여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활용에 참고하실 점은, 위 채널에 영상이 워낙 많습니다. 제가 아이가 질린다고 할 때까지 보여준 것이 3개월인데, 일주일에 5편씩 4주 x 3개월 하면 60개만 필요하니 미리 골라 즐겨찾기 해 놓으시고 매일 하나씩 틀어주시면 좋습니다. 저는 앞서 설명드린 이유로 Craft 자료를 우선 추천드립니다. 


'Maple Leaf Learning Playhouse'의 상위 사이트인 'Maple Leaf Learning'에는 더 많은 자료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굳이 거기까지 욕심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거기 있는 학습 동영상들이 대부분 Crafts영상들 후반에 다 들어있거든요.



2. Steve and Maggie



Steve and Maggie(예전에 Wow English TV였는데 채널명이 바뀌었네요)는 위에서 소개한 Maple Leaf Learning Playhouse처럼 EFL 컨텐츠입니다. Steve 아저씨(선생님이지만 옆집 아저씨나 삼촌같은 친숙한 이미지?)와 Meggie라는 인형 까마귀가 주요 등장인물인데, 옛날스러운 CG를 이용한 상황극 설정이 많아요. 최근에도 영상이 조금 올라오지만 저는 예전 컨텐츠들이 더 좋네요. 


한국에 잘 알려진 채널은 아니라 유튜브를 찾아 헤매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내용은 마음에 들었지만 영국식 영어라서 처음엔 망설였습니다. 일부러 영국식 미국식 골고루 들려준다는 엄마들도 있지만 저는 처음 배우는 말에 엑센트가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아이가 혼란스러울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미국사람이 하는 비슷한 컨셉을 찾아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더군요.


그나마 괜찮은 것이 Blippi라는 유튜버의 영상인데, 유명한 채널이지만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Steve and Maggie에 비해 Blippi 영상들이 훨씬 더 볼거리도 많고, 여기저기 다양한 체험도 하고, 더 세련된 것 같긴 한데, 결정적으로 '재미'가 부족했습니다.


반면 Steve 아저씨는 재밌어요. 큰애한테 보여줬더니 동생까지 불러와 함께 깔깔 웃으며 보고는 더 보여달랍니다. 제가 재밌니 어떻니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애들끼리 알아서 Steve를 '웃긴 아저씨'라고 부르더군요. 채널에 보니 2013년에 체코에서 아이들과 수업하는 영상도 보입니다. Steve 선생님의 뛰어난 전달력은 오랜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결국 영국식 영어라는 이유로 그 유명한 Peppa Pig도 포기했던 저인데, Steve아저씨는 애들이 너무 좋아해서 포기 못했습니다. 큰애에 이어 둘째도 1년차 시작에 3개월 꽉 채워서 재밌게 봤습니다. 


이 채널의 장점을 보면, 우선 Steve라는 사람 자체가 재밌어요. 유머가 넘치고 표현력과 전달력이 좋습니다. 재밌다는 의미가 그냥 생각없이 웃긴 게 아니라, 똑똑하고 유익하게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컨텐츠가 훌륭합니다. 처음 영어를 접하는 아이들이 기본 단어와 표현을 '재밌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가 명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완결된 한 편의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이 눈에 보여요. 영상을 하나 소개해 볼까요.



fast/slow, big/small 등의 단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습니다. 마법을 부리는 장난꾸러기 Maggie가 Steve를 골탕먹인다는 스토리가 탄탄하기 때문이지요.


하나를 더 보면,


색깔과 곤충에 관한 단어를 알려주는 내용인데, 여기에도 유머가 들어있지요. Steve가 그림을 그리며 이마를 닦는 등 얼굴을 조금씩 만지다 보니 점점 물감투성이의 우스꽝스러운 얼굴이 되는데, 까마귀 Maggie와 시청자들은 다 아는데도 Steve만 모르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유치한 것 같은데 울집 애들은 엄청 재밌어하더군요.


저는 화려한 의상이나 볼거리만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영상들보다는, Steve 아저씨 영상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된 스토리라인이 있는 자료가 학습에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승전결이 있고 반전과 유머가 있어요. 이런 '영리한' 재미는 공부의 효율을 높입니다. 스토리가 있어야 집중하고, 재미를 느끼고,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면에서 Steve and Maggie의 영상들은 다소 촌스런 CG들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고퀄'이라고 생각합니다.


활용에 참고하실 점 : 하나의 에피소드가 통상 5분 내외인데, 영상 하나에 에피소드 하나만 있는 것들도 있고, 그런 것들을 10분 내외로 2~3개씩 모아놓은 영상들도 있습니다. 저는 10분짜리를 주로 활용하다 보니 봤던 영상을 또 보게 되는 일이 어쩔 수 없이 생깁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또 보면 반가워해서 그냥 봤는데, 아이가 반복을 싫어한다면 10분짜리 말고 에피소드 하나짜리만 골라서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이의 정신연령에 따라서는 초등 1학년이 보기에는 좀 유치할 수 있습니다. 몸개그 싫어하는 아이들은 유머코드가 안 맞을 수도 있고요. 제가 글 쓰기 전에 검색해봤더니 '3세 미만 추천', '38개월 우리 아이가 좋아해요'라는 언급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헐 그렇게까지 어린아이들 수준이었나 봅니다!? 울집 애들은 둘 다 재밌게 봤는데요^^;




큰아이는 이제 엄마표 영어 4년차에 들어가는데, 아직도 위 두 영상 이야기가 나오면 활짝 웃으며 또 보여달라고 합니다. 그만큼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는 뜻이겠지요. 유아기부터 영어를 공부한 아이들에게는 너무 쉽겠지만, 저희 집처럼 8살에 처음 영어를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딱 좋습니다. 엄마표 영어 시작에 잘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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