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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jinsoil Jun 04. 2023

물건을 대하는 태도와 공예

20200415

오늘날 우리는 물건이 우후죽순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유행이라는 물결에 따라 물건들이 만들어지고, 그 물건들이 곧바로 소비되는 과정에서, 그 물건에 담긴 가치와 의미,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노력과 시간 등이 무시되거나 경시된다.


예를 들어, 최근 인센스 홀더가 유행하면서 많은 작가들이 공예품으로서 인센스 홀더를 만들고 있다. 유행에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들이 굳이 공예라는 이름 아래서 만들어져야 되는지는 의문이. 손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공예품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공예품이라면, 그 물건의 가치는 무엇일까?


공예품, 그리고 그를 통해 만들어진 물건의 가치는 그 쓰임에 충실하고, 그 동기 또한 쓰임에 충실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쓰임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위한 물건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공예품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그저 물건은 물건일 뿐, 사용성이나 가격, 혹은 그 물건을 만든 작가의 이름 등의 포장만 중요하다. 이렇게 물건을 단순히 물건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은 공예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없다.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한 친구가 개업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만든 달 항아리를 선물했다. 친구는 사업을 하는 친구를 생각하며 항아리를 만들었거나 혹은 친구를 생각하며 항아리를 골랐을 것이다. 그러나 선물을 받은 친구는 그 물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 선물을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고 한다. 이렇게 물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하다면, 그 물건은 그저 물건일 뿐,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없다.


그래서 공예품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단순히 그것을 만드는 이의 태도뿐만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태도에도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릴 적 백원도 안하는 봉투를 하나하나 모아서 사용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한다. 부모님의 세대는 물건이 귀하고, 그것을 만드는 데 드는 노력을 알았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소중함을 이해하고 그것을 소중히 다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너무나 많은 물건의 의미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가 물건을 존중하고 소중히 다루는 태도를 가지면, 그것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서 우리 삶의 일부가 되고, 그 속에 담긴 공예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것이 공예의 가치이며, 이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예에 대해서 흐릿하게 갈피를 잡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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