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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반찬 다이어리 Nov 30. 2023

29. 오래된 3인조

60세 그분과 원래 우리조였던 성격 좋은 50대 언니, 그리고 나

한 덩어리로 묶인 우리는 수강생 중 가장 눈에 띄는 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과제빵 반은 젊은 수강생들이 대부분이라 이 세명이 각 테이블에 따로 떨어져 있다해도 본의 아니게 시선을 걸리게 하는 상황인데 한군데 뭉쳐놨으니 말해 무엇하랴.

4인 1조로 총 세 테이블이 놓여져 있는 실습실의 정 가운데 테이블에 최고령층 3인방이 앉아있으니 나 스스로도 뭔가 더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풀리지 않던 문제를 해결한 듯한 가벼운 얼굴로 수업을 진행했다.

반면 맞은편에 60세 그분의 얼굴이 떡하게 보이는 포지션에 앉아있으려니 도통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간신히 쥐고 있던 절제의 근육이 도미노처럼 풀려버려 얼굴 근육이 제멋대로 씰룩댔다.

우리 조의 왼쪽편 젊은 20대 친구들 3명중 기존 우리 조였던 20대 성격좋은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의 이글대는 눈빛을 알아차리고 같은 의미의 눈빛을 보냈다.


"정말 기분 안좋네요. 어쩜 조를 이렇게 해놨는지. 60세 그분하고 같은 조 되기 싫었는데."

"저도 원래 우리조가 좋았어요."

난 그녀의 눈빛으로 이렇게 해석을 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울그락불그락 하는 나를 보고 그녀가 정말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또래 친구들하고 같은 조가 되서 더 좋아할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큰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돌아서면 60세 그분의 맞은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밀가루와 설탕, 이스트 각종 재료를 가져와 계량을 하고 기계적으로 반죽을 한 후 오븐에 넣고 빵이 되기를 기다리는 순간이 왔다. 이전 같으면  기대감이 생겨야 되는데 얼른 끝내고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아니 사실 집으로 가기 전에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조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컴플레인 비슷한 걸 하고 싶었다.


어찌저찌 수업을 마치고 나는 짐을 일부러 느릿느릿 챙기면서 다른 사람들이 다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나와 선생님만 남게 되어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여쭸다.

"선생님. 오늘 갑자기 조가 바뀌었네요. 물론 다른 사람들하고도 같이 호흡을 맞춰봐야 좋은 것 같긴한데 예상을 못했어요."


이후 선생님의 대답을 듣고 나는 적잖이 놀랐다.

얼마 전 소란사건을 겪은 선생님이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조를 자발적으로 바꾸신줄 알았는데, 60세 그분이 선생님한테 강한 불만을 표하며 20대 애들하고 한 조를 못하겠다고 하여 그리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분이 대략 자기한테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찍었는데 그게 바로 50대 언니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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