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온 사람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청년이 노인을 본 것은 하루하고도 꼬박 한 나절이 지난 후였다. 청년은 입구를 막고 있는 바위를 미는 중이었다.
청년의 몸은 성한 곳이 없는 피투성이였으나 특히 상처가 심한 것은 손이었다. 오그라붙은 손은 고깃덩이나 다름없었다. 노인의 기침 소리를 들은 청년은 쪼그리고 앉아 엄지로 눈꺼풀을 더듬어 말라붙은 피를 닦아냈다. 그러고 난 뒤에 청년은 노인에게 물었다.
한 문장을 말하는 것도 청년에게는 버거운 듯 했다. 청년은 오래 숨을 끌었다. 노인은 청년이 말을 끝내는 것을 모두 마치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가래 끓는 소리로 대답했다.
“‘함께’. 이곳에 그 따위 것은 없다네.”
청년은 고개를 들었다. 노인의 눈을 마주보려는 듯싶었다, 청년이 겨우 뜰 수 있었던 것은 오른 눈뿐이었다. 왼눈은 버섯처럼 검게 부풀어 있었다. 어느 선한 사람이 말라붙은 피를 닦고 눈꺼풀을 잡아 열어준다 할지라도, 그 눈이 무언가를 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성 싶었다.
“저보다 먼저 온 사람, 둘입니다.”
청년은 힘겹게 말을 고쳤다.
“누군가 데려가더군.”
노인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듯, 예사말로 툭 뱉었다.
“그렇습니까.”
청년은 짧은 대답 하나도 버거워 보였다.
노인은 청년을 쏘아 보았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눈초리는 의심이 가득했다. 노인이 보기에 청년은 몸을 쓰는 일이 익숙한 사람 같았다. 피 범벅이 된 몸 여기저기에 그런 흔적이 두드러졌다.
“그 바윗돌은 열 사람의 장정이 온다 하여도 움직이지 않을 걸세.”
노인은 퉁명스러운 말투였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런 바위를 열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청년은 남의 일이라도 말하는 듯 지나가는 말투였다. 한참 고개를 숙이던 청년은 힘겹게 다음 말을 이어갔다.
“그도 고통스러웠겠군요.”
숨소리보다도 작은 목소리였다. 노인은 코웃음을 쳤다.
“자네가 고통을 아는가.”
노인이 다시 한 번 빈정거렸다. 청년은 잠깐 제 손을 바라보았다. 겨우 시커멓게 말라붙은 피딱지가 갈라지고 다시 붉은 상처가 드러나고 있었다. 검은 파리 몇 마리가 날아와 상처에 붙었다. 노인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벌써 파리 떼들이 먹잇감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청년은 손을 휘저었다. 그러나 상처에 눌어붙은 파리는 떨어지지 않았다.
“노인장이 이미 보셨다시피.”
청년은 파리를 떼어내는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저도 피를 흘리지 않습니까.”
노인은 대답 대신 마른 침을 카악 뱉었다. 파리들은 노인의 가래에도 달겨들었다.
“그렇다면 더욱 그 바위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네.”
청년은 다시 바위를 밀었다. 넝마나 다름없는 손과 발에서 피가 죽 흘렀다. 청년의 목 줄기에 포도 넝쿨 같은 핏줄이 일었다. 피가 검은 발자국을 만들고, 바위를 미는 청년의 몸이 발자국을 깊게 팼다. 노인은 습관처럼 코웃음을 쳤다.
“그게 움직일 리 없어. 나는 자네가 살아온 것보다도 오랜 시간을 이곳에 있었지. 그러나 그 바위가 움직이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네.”
청년은 노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청년의 몸이 팽팽히 당겨지고 그림자가 갚게 팰 때마다 파리들은 성가시다는 듯 날개를 웅웅 떨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겨자 씨만한 믿음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청년이 중얼거렸다. 다시 한 번 청년이 기침을 했다. 막힌 것 조금 뚫려나간 것 같았다. 청년의 목소리는 조금 트이는 것 같았으나 노인도 그 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다시 한 번 청년은 온 몸을 뒤흔들며 기침을 하고 손으로 입을 훔쳤다. 청년은 씁쓸하게 웃었다. 흰 위가 청년의 얼굴을 가로질렀다. 그렇지 않았다면 노인도 청년이 미소한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이렇게 마음이 아팠겠지요.”
잠시 몸을 바위에 기댄 채 숨을 고르던 청년은 모래에 주저앉았다. 파리들은 새로운 먹잇감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청년의 상처가 벌어질 때마다 파리들은 대가리를 박고 만찬을 즐겨댔다. 포만감에 취해 발을 헛디딘 파리들은 피고름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했다.
"이 곳으로 오게."
노인이 눈살을 찌푸린 채 한 마디를 던졌다.
"놈들은 여기까지 날아오지 않는다네."
청년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데 한참이 걸리는 것 같았다. 마른 침을 몇 번 삼키고 난 뒤에야 청년이 겨우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만, 그 쪽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퉤, 다시 노인이 침을 뱉었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가."
청년이 다시 바위를 밀어대는 것을 보던 노인이 중얼거리듯 말을 뱉었다.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였다.
으으아악, 청년이 다시 한 번 신음을 토해냈다. 바위는 더 이상 검은 손자국이 생길 수 없을 만큼 핏자국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마치 청년의 두 주먹 같았다.
"아직도 땀이 나는군요."
청년은 무엇이 즐거운지 다시 이빨을 드러냈다. 노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눈을 떼지 않고, 청년이 숨을 고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내가 이곳을 오기 전에는, 그 바위를 밀고 지나간 이가 몇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 그러나 내가 이곳을 지키고 선 이후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네."
노인은 길게 말을 하는 것이 서툴렀다.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는 꼭 금방이라도 그치는 듯싶었다. 이마를 바위에 댄 청년은 꼭 죽은 것처럼 보였다. 청년의 움직임이라곤 가끔 눈에 달라붙는 파리를 쫓기 위해 손을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다.
"헤라클레스가 그 바위를 밀고 지나간 것은 자신의 용기를 자랑하기 위함이었네. 그는 한 손으로 바위를 치웠다더군. 오르페우스는 현을 뜯어 그 바위로 움직였지."
노인의 눈꺼풀이 옛 이야기를 뒤지는 듯 움직였다. 흙과 먼지보다도 더 오래되고 삭은 이야기였다. 청년의 이마에서 땀이 한 방울 떨어졌다. 작은 그림자를 남긴 땀방울은 금방 먼지 속으로 스며들었다.
"자네도 무슨 이야기를 남기기 위한 수작인가."
청년은 천천히 바위에서 이마를 들었다. 이맛살을 찌푸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피와 머리카락이 범벅이 되어 확실치 않았다. 머리 쪽에 있던 파리 몇 마리가 성가긴 듯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겠거니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노인은 코웃음을 쳤다.
"그럼 무엇이라도 남기고 왔는가."
청년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잠잠히 청년의 대답을 기다리던 노인이 갑자기 기침이라도 솟는지 주먹을 들어 입을 막았다. 오래 말을 하는 것에 익숙찮은 모양이었다.
"이 곳에 오래 있는 대부분이 그렇지. 그러나 그런 미련은 점점 사라진다네. 희미해지고 흐려지고 나면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지."
노인의 희뿌연 눈동자를 보던 청년은 고개를 숙이고 무엇을 한참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청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청년의 목소리는 속삭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알토음의 파리의 날갯짓 소리만 버썩였다.
"없애고 싶습니다."
한참 후에야 청년이 겨우 한 마디를 더 토해냈다.
"무엇을?"
노인이 따지듯 물었다.
"두려움을요."
여전히 청년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노인이 흐흐, 웃었다. 청년이 무어라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만두는 것을 노인은 놓치지 않았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이곳까지 와서."
노인은 빈정거렸다. 궁금한 말투가 아니었다. 청년은 고개를 들었다. 노인은 일부러 청년을 마주보았다. 청년의 눈에 서려있는 원망 같은 무언가를 바라보며, 노인은 제 속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주 오랜만에 있는 일이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다른 이들의 두려움입니다."
다시 노인은 흐흐, 웃었다.
노인은 이곳에 오던 순간을 떠올렸다. 바닥이 없는 벼랑으로 떨어지는 느낌과 더불어 공포가 떠올랐다. 추락은 꼭 노인이 살아온 시간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길었다. 점점 빨라지는 것 같기도 했고 또는 점점 느려져서, 이 추락이 한없이 계속될 것 같은 공포. 너무나도 짙은 공포가 추락 이전의 무엇도 지워내는 것이라고 노인은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런 걸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없지."
노인은 빈정거렸다. 아주 작은 승리감이 일었다.
청년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모두 없앨 수는 없겠지요."
고개를 숙인 채 청년은 기침을 뱉었다. 긴 기침 끝에 피 한 줄기가 청년의 입술에서 삐져나왔다. 긴 몸을 늘이던 그것이 모래에 닿고 나서야 청년은 손으로 입을 훔쳤다.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습니다."
조금이라도, 청년은 다시 입을 달싹였다. 지나치게 오래 쉬었다는 듯, 청년은 다시 바위를 밀었다. 으으으으으으, 소처럼 긴 신음이 일었다. 노인은 이마를 찌푸렸다.
"이보게."
탈진이 된 듯, 청년이 바위 앞에 길게 쓰러졌을 때 노인이 다시 주름진 입을 열었다.
“그 바위는 밀어서 움직이는 바위가 아니라네.”
노인의 목소리는 작았다.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노인은 잠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침묵이 흘렀다. 파리가 날개를 떨고 피와 살을 핥는 소리가 웅성거렸다. 노인은 청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노인은 애써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청년의 외눈을 마주 보고야 말았다.
"만일 그 바위가 움직인다면, 때가 되면 저절로 움직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가. 자네가 헛수고하지 않아도 말이지."
검게 청년의 몸을 뒤덮고 있는 파리들이 서로 어깨를 부벼댔다. 청년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닙니다."
노인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청년의 눈에는 어떤 원망도 없었다. 악기도, 독기도 자리 잡지 않은 눈자위에는 심지어 푸른 기운까지 감돌았다. 온몸이 찢기고 터진 주검 같은 모양새에 어울리지 않는 눈빛이었다. 노인은 제 안에서 꿈틀거리던 무언가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어르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요.‘
청년은 가만 제 발등을 바라보았다. 발등에 뚫린 시커먼 구멍에 피가 고여 있었다. 파리들은 그 것이 술통이라도 되는 양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청년이 가만 손등으로 파리 몇 마리를 털어냈다. 취한 것처럼 파리들은 몸을 떨었다. 청년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내 아버지가, 또는 어느 누가 정한 시간이 있다 하여도."
청년의 눈빛이 격하게 깜박이는 것을 노인은 놓치지 않았다. 이곳에 떨어진 이후, 청년은 처음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듯싶었다. 청년은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입 모양을 보아하니 청년이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는 중인 것 같았다.
"나는 이 헛된 수고를 달게 치르겠습니다."
청년은 숨을 고르고, 다시 바위를 밀기 시작했다. 상처가 갈라지고 발자국이 깊게 패였다. 자신이 멈출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나자, 노인은 눈을 감았다.
청년이 이곳에 온지 넷째 날이 되었다. 웬 사내가 바쁘게 노인을 불렀다. 밧줄과 사슬을 두른 건장한 사내의 이마에는 땀이 흠뻑 젖어있었다. 노인은 일부러 길게 하품을 뱉고, 눈을 씀벅이고 난 뒤에야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창세기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처럼, 노인은 느리게 목례를 했다. 사내는 건성으로 노인의 인사를 받았다.
"여기서 웬 청년을 보지 못하였나."
노인은 한참 고민하는 듯 눈을 굴렸다. 연신 손부채질을 하고 있는 사내는 목이 타는 듯 보였다.
"십자가형을 받았던 청년 말입니까?"
사내는 반색을 하며 노인에게 다가섰다.
"그래, 그 청년. 어디 갔는지 모르나."
노인은 고개를 숙였다. 노인은 제 표정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여 제 그림자에 무슨 답이 적혀 있는 양 노인은 한참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답을 해야 하는지, 노인은 단어 하나도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노인이 떨구었던 머리를 들었다. 바위가 보였다. 검은 핏자국이 범벅이었던 바위는 지난 하루 동안 파리들이 어찌나 핥아댔는지, 빗물로 씻어낸 것처럼 보였다.
노인은 그 바위를 처음 본 것처럼 눈도 깜박이지 않고 오랫동안 바위를 보았다. 견고하고 육중해 보였다. 열 사람 이상의 장정들이 온다 하여도 무거워 보였다. 노인은 앙상한 손가락을 들었다. 어쩐지 노인은 제 손가락조차 무거운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손가락을 들어 바위를 가리키는 순간, 노인의 앙상한 가슴 속에 까닭모를 승리감이 일었다.
"저기로 나갔습니다."
사내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 무슨 소리인가.“
노인은 마른 침을 삼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파리 떼의 날갯짓 소리, 그리고 청년의 신음소리가 마른 귓바퀴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온몸의 근육과 핏줄을 세워 청년은 저 바위를 밀었다. 헛수고라는 말이 무색한 어리석음이었다. 그리고 사흘 째 되던 날. 노인은 입술을 핥았다. 그 순간은 지금 같기도 하였고 방금 같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참 오래 전의 일 같기도 하였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노인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가 저희 죽은 자들 사이에 온지, 꼭 사흘 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