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실한 베짱이 Dec 11. 2019

손톱 옆 티끌과 병원

손톱 옆 티끌을 잡아 뜯었다.

손톱 일부분이 갈라졌다. 티끌처럼 밖으로 삐져나왔다.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걸린다. 찌릿한 느낌이 뇌로 전달된다. 뇌는 짜증 나는 일이란다. 많이 위험하진 않지만 네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서 매우 화가 날 수도 있단다. 자꾸만 거슬린다. 거추장스럽다.


티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아프지 않게 잘 들어간다. 한 번은 아프지 않게 잘 넣었지만 그다음은 보장할 수 없다. 집에 가서 손톱깎기로 깎으려 했지만 안 되겠다. 뜯어내야겠다. 왼손 새끼손가락에 삐져나온 손톱 티끌을 오른손으로 잡았다. 엄지와 검지 손톱을 이용해 단단히 잡았다. 뒤로 당기면 결대로 찢겨 나갈 수 있다. 밖으로 잡아당겼다. 순간 아픔이 느껴졌지만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느낄 거추장스러움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티끌이 뜯겨 나왔다. 손톱 옆에 살짝 구멍이 생겼지만 괜찮았다. 이제 날 거슬리게 하는 티끌은 사라졌다.

 

하루가 지났다. 새끼손톱 주변이 조금 욱신거린다. 살짝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뜯은 구멍으로 바이러스인지 세균인지가 들어갔나 보다. 아프다. 괜찮아 질거라 믿으며 넘어간다.


고름이 차기 시작한다. 티끌을 뜯어낸 그 자리가 노랗게 변했다. 이제 조금만 건드려도 아프다. 티끌도 정말 거추장스러웠지만 이 고름도 못지않다. 거슬린다. 통증은 티끌보다 심하다. 어찌할 방도가 없다. 병원을 가고 싶지만 고작 이까짓 걸로 왔냐는 의사의 코웃음까지 선사받을 것 같아 접어두었다.


물건을 들고, 일을 하다 무언가에 스치고 특히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아프다. 고름이 터지고 다시 찬다. 상처가 조금씩 아문다. 티끌을 뜯어낸 지 2주 만에 예전의 거추장스럽지 않은 손가락을 되찾았다.


오늘은 휴가를 냈다. 찐이와 병원에 가야 한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아이가 조금 아프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당연히 어디가 아프냐고 묻고, 난 웃으며 '여기저기요'라고 답한다. 딱히 어디 한 군데를 말할 기가 힘들다. 아내와 이러다 종합병원 진료과를 다 다니는 것 아니냐며 농담 삼아 이야기하며 웃곤 한다.


오늘 가는 병원도 그렇다. 뭔가 새로운 병이 예상된단다. 찐이가 매번 하고 있는 추적 관찰이 필요하단다.


추적 관찰은 티끌이다. 주기적으로 손톱 옆에 솟아 나는 티끌처럼 거슬린다. 마찬가지로 손톱깎이로 깔끔하게 잘라낸 적도 있고 손으로 잡아 뜯어 염증이 생긴 적도 있다.


아내는 어제부터 불안하다. 이것저것 검색해 보고 읽어 본다. 수 없이 찾아보고 확인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본다. 다른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를 또다시 본다. 찐이도 오늘 병원을 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 5시에 잠에서 깼다.


손톱 옆의 티끌을 없애러 병원에 간다. 손톱깎이로 깔끔하게 제거할지, 손으로 잡아 뜯어 염증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거추장스럽고 거슬리는 티끌을 일단 없애야 하지 않겠나.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아니면 어쩌냐고? 뭐 별수 있나. 조금 더 먹먹한 가슴으로 아내와 점심이나 먹어야지. 고름이 차고 터지고 아물며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되길 기다려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