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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Jul 11. 2024

글을 잘 쓰려면, 잘 쓰려고 하지 마세요.




'힘을 줘도 모자랄 판에 힘을 빼라고?'



저는 요즘 주짓수에 빠졌습니다. 겉보기에 유도와 비슷하지만 그 룰은 크게 다릅니다. 등이 땅에 닿으면 끝나는 유도와 달리, 주짓수는 넘어져도 경기가 계속됩니다. 한 명이 항복을 선언하거나, 전투 불능 상태가 될 때까지요. 그야말로 상남자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큽니다. 초보자인 저는 금방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경기를 지속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제게 관장님은 늘 힘을 빼고 하라고 지도해주십니다.



힘 빼기는 사실 모든 스포츠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힘 빼기란, 몸의 긴장을 풀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호흡과 움직임이 부드럽고 체력 분배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글쓰기에서도 힘빼기가 중요합니다. 많은 글쓰기 대가들이 글을 잘 쓰기 위해서, 힘을 빼고 쓰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글쓰기에서의 힘 빼기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요즘 시대에 글을 펜으로 꾹꾹 눌러쓰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글쓰기에서 힘 빼기는 근육의 작용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쓰라는 뜻입니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평소에 아무 말이나 잘하는 사람도 글을 쓰려고 하면 주저하게 됩니다. 왠지 대단한 걸 써야 할 것 같아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경직된 마음으로 쓴 글은 티가 납니다. 문체가 딱딱하고 어색합니다. 내가 쓴 글이, 내가 쓴 글 같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대학 시절에 학점을 위해 썼던 리포트가 그렇습니다. 그럴듯해 보이려고 전문 용어도 섞고 잔뜩 힘을 줬지만, 제출하고 나면 그대로 끝입니다. 공들여 쓴 것치고는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습니다. 반면 일기는 어떠한가요? 저는 아직도 지난날 쓴 일기를 주기적으로 들추어 봅니다. 언제 읽어도 재미있거든요. 입꼬리가 절로 올라갑니다. 거기에 메시지를 담으면 한 편의 에세이가 완성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잘 쓰려면, 잘 쓰려고 애쓰지 말아야 합니다.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으면 에너지 소모가 커서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잘 써야 한다는 압박을 가지고는 글쓰기를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게 아니니까요. 지금 성실하게 쌓아 올린 내 생각들은, 훗날 추가적인 퇴고를 통해 멋진 책으로 재탄생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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