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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Aug 27. 2024

쓰기 전엔 몰랐던, 글쓰기에 관한 오해 3가지


1. 글쓰기는 타고나야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저 같은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쓰기 어려운 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故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척이면서 숨 쉬고 있었다.'



배 위에서 바다를 묘사한 장면입니다. 이토록 감각적인 문장은 일반 사람이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제가 가진 언어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글을 보면, 글쓰기는 분명 창작의 영역이며 타고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노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대부분의 글, 그러니까 SNS나 에세이, 보고서 등의 글은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늡니다. 저로서는 천만다행입니다.



희소식은 또 있습니다. 뇌과학적으로 글쓰기와 두뇌 발달 사이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사색 과정에서 두뇌는 더 많은 신경망을 형성합니다. 동시에 전두엽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사고 능력이 향상됩니다.



쉽게 말해, 글솜씨가 늘면 생각을 더 잘하게 되고, 생각을 잘하게 되면 다시 글이 늡니다. 이렇게 글쓰기와 생각하기는 선순환 관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타고난 재능이 없더라도, 꾸준히 쓰다 보면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2. 작가는 단번에 글을 완성한다.


작가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집필실, 커피,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찬가지로, 무릇 작가라면 앉은 자리에서 몇천 자씩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써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완전히 착각이었습니다. 그럴 수 있는 초인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작가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머리를 짜낸다고 합니다. 자판 두드리는 소리보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릴지도 모릅니다.



김종원 작가는 숨만 쉬고 글을 쓴다고 합니다. 이는 정해진 시간 동안만 글 쓰는 것이 아니라, 늘 머릿속으로는 영감을 잡고 글을 구상한다는 말입니다.



저 역시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되었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일상생활 중 떠 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그걸 모아 초안을 써 내려갑니다.



그렇게 쓴 초고는 고치고 또 고칩니다. 퇴고에는 정도가 없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놓아주는 것뿐입니다. 그 역시도 나중에 다시 보면 고칠 점이 또 보이기 마련입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작품 『파우스트』를 60년에 걸쳐 집필했습니다.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송받는 그조차도 글을 단번에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애초에 글쓰기에 ‘완성’이란 말은 없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3. 책을 내면 큰돈을 벌 수 있다.


21년 초, 이상한마케팅의 대표이자 인플루언서인 자청이 쓴 전자책 『초사고 글쓰기』가 출시 하루 만에 1억 9,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작가라면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해볼 법합니다. 그러나 이는 '로또에 당첨되면 뭐 할까?' 고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겐 그 정도의 인지도가 없어서요. 두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수익은 0원에 수렴합니다. 인지도가 없다면 책을 내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책 써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면서 모든 게 바뀝니다. 당장에 수익은 없지만 금전적인 보상 이상의 것을 줍니다. 흔들리던 정체성이 바로 서고, 비관적으로만 봤던 세상에서 희망을 봅니다. 또한 삶의 주도권을 갖게 됩니다.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글 쓰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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