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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므므강 Aug 04. 2023

#10 남편의 수상한 행동

"수상한 짓!"


내가 아내 팔뚝을 건들자 소리치며 손을 뿌리친다.


"어허 수상한 짓!"


도대체 수상한 짓이라니 무슨 소리지?


"저거 보고 그냥 수상한 이라는 단어가 쓰고 싶었던 거야?"

"요 수상한 녀석!"


범죄 관련 다큐멘터리나 예능프로를 좋아하는 아내. 오늘도 자기 전에 여느 때처럼 침대에서 범죄 관련 TV를 보고 있었다. 살갑게 터치하며 보낸 은근한 신호를 아내는 영상에서 나온 단어를 빌어 단호히 거절했다. 아니 차라리 가족끼리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던가. 저런 걸 보면서 그렇게 말하면 진짜 수상한 놈인 거 같잖아.


결혼 10개월 차 신혼부부의 관계가 요즘 소홀하다. 반강제적으로 부부간의 의무를 다 할 수 없는 상황. 가게 때문에 둘 다 피곤해서 어쩔 수 없긴 했지 그나마 나라도 꺼져가는 불씨를 키우고자 가끔 시도를 해봤었다. 항상 아내는 피곤하다며 거절하지만 포기 않고 끊임없이 쨉을 날리면 목표한 바를 쟁취할 수 있긴 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아내의 말을 너무도 잘 듣는다. 늘은 아니야라는 말에 나도 단번에 알아듣고 나를 얌전히 내려놓는다. 연애 때 마그마보다 뜨겁게 타올랐던 우리였는데. 이 정도면 결혼한 지 10년 된 부부의 침대 위 대화 아닌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있는 믿기지 않는 날이 있다. 웬일로 아내가 부싯돌을 쥔 날이 그날이다. 그런데 항상 타이밍이 좋지 않다. 내가 정말 버티기 힘들 정도로 피곤한 날에 꼭 그랬다. 나는 행여나 그 부싯돌이 불을 뿜을까 얼른 물을 끼얹어 버렸다.


"얼른 자야지. 내일 아르바이트생도 없잖아. 엄청 피곤할걸."

"치. 딱히 그 정도도 아니면서."


그게 무슨 뜻이야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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