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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muraeyo Aug 17. 2020

아이와 함께 하는 그림책 여행

아이를 갖기 전, 내 하루의 2/3 이상은 회사였다. 30대가 돼서야 뒤늦게 바꾼 직업에 적응해야 할 때는, 새벽 2시까지의 야근을 당연히 감수했고, 그렇게 몇 달을 버티기도 했다. 물론 그 많은 시간을 야근하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난 건 다시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

어쨌든 그 시기의 나는 정말 열심히 버텼다. 아이를 갖고 나서도 그 생활은 계속됐다. 출산 바로 전날까지도 야근을 하고 출산휴가를 갔으니 말이다. (최대한 미뤄서 출산휴가를 냈는데, 휴가 낸 바로 다음날 바로 신호가 와서 병원으로 가야 했다.  ^^;;) 


그렇게 아이를 출산하고 짧은 출산휴가와 함께 복직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삶이 시작됐다. 돌이켜보면 친정 엄마와 남편의 도움이 없었으면 절대 버틸 수 없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는 엄마와의 시간을 항상 아쉬워했고, 돌전부터 들어가서도 잘 적응해 주었던 어린이집을 7살 무렵부터 어린이집을 가기 싫다며, 엄마랑 더 있고 싶다고 매일 아침마다 투정을 부렸다. 처음엔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나 걱정했는데, 그냥 엄마와의 시간이 많이 고팠던 거였다. 그때는 달리 방법이 없어 아침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어린이집을 보냈다. 그 당시 남편과의 메신저 내용의 대부분은 딸아이에 대한 걱정이거나, 아니면 저녁 퇴근 때 누가 일찍 퇴근해서 어린이집으로 갈 수 있는지였다. 


그렇게 반년쯤 시간이 더 흐른 후, 회사 내 프로젝트에 큰 변동이 생겨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 그 변화에 맞춰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회사에 할애하며 버텨낼 것인가, 아니면 초등학교 들어갈 시기니 아이와의 더 많은 시간을 선택할 것인가. 둘 사이의 갈림길에서 그 시기에 나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오랜 시간 지치기도 했고, 매일 아침 억지로 떼놓고 오는 아이와의 실랑이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고, 아기 때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아이와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갔다.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그 시간이, 참 행복했다. 그렇게 아이와 즐거웠던 한때를 보냈다.  그런 일상적인 시간이 계속되면서 가끔 나는 가끔씩 불쑥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항상 나를 수식할 때 가족 이외에 소속되어 있는 곳이 있다가,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으로만 정의되니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도, 나 혼자 괜히 초조한 마음이 들었나보다.  

그 시기에 아이와 함께 읽어주는 그림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림책 속 이야기들이, 그 안의 그림 한 장 한 장이 내 마음에 닿았다.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조금씩 그려보기 시작했다. 동네에 그림책 낭독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모임에서 함께 작은 그림책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아이 학교에 그림책 읽어주는 봉사도 신청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희망이 보였다. 육아와 일을 함께 하면서, 그 서로가 상호 보완적일 수 있는 삶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 아직은 찾아가는 단계라, 여전히 숙제는 많지만, 하나씩 찾아보고 싶다. 그 시간은 물론 나 혼자 전념하는 시간보다는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나 자신이 더 많이 크는 시간이 될 수 있을 테다. 


오늘 밤, 나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 엄마의 목소리로 조금 더 오래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고, (아이에게 더 잘 읽어 주고 싶어서 동화 구연 자격증도 땄다 ^^) 매일매일 그림책 속으로 수많은 상상의 여행을 아이와 함께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시간이 어릴 적 나도 함께 위로받는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이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딸과 내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 mumuraeyo

illust by mumurae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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