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데스크에 앉아서, 들어오는 회원님들을 보자마자 이 말부터 나왔다.
요가원에 수업을 하러 나갔다. 거의 삼 주만이었다. 공기청정기를 틀고 음악을 재생한 뒤 데스크에 이십분 쯤 앉아있으니, 한 분 한 분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익숙한 얼굴들. 오랜만에 봐서 조금 어색하면서도, 그만큼 반가운 얼굴들. 나를 보자마자 나보다 먼저 안부를 묻는 분들도 있었다. 따뜻했다. 잘 지내셨어요, 라는 뻔한 말에는 저마다의 순수한 진심이 담겨있었다.
쉬는 동안 요가 책들을 읽으면서 이전보다 지식적으로 성장한 부분이 있었다. 또한, 이것저것 다른 일들을 일상에 넣어봄으로써, 마음과 자세에도 조금 변화가 생겼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얽매이지도 않고, 0.5 걸음 정도 뒤에 떨어져서 편안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요가를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 마음이 내 목소리에도 반영이 된 것일까. 수업을 하는데 목소리가 전보다 낮고 차분해진 것이 느껴졌다. 낮은 목소리에 또 스스로도 기분이 좋아져서, 간만에 수업의 즐거움을 누렸다.
실내체육시설 휴강 기간이 종료되자마자 기존에 나오시던 분들 대부분이 오셔서 매트 위에 앉아 있는 모습. 아, 이분들은 그 동안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렸을까. 나도 수련생이었던 시절, 그러니까 올해 초에 코로나로 인한 휴강이 길어지면서 이도저도 못하고 불안해하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근육이 점점 사라지고, 살은 또 찌고, 몸은 찌뿌둥하고, 그간 쌓아왔던 아사나가 다시 제대로 되지 않을까봐 드는 걱정들. 집에서 혼자 수련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아마 내 수업에 오신 회원님들 대부분도, 일상이었던 요가가 사라져버려서 당황스럽고 또 기다려졌을 것이다.
그 생각에 미치자 수업에 대한 부담이 조금 일었다. 좀 더 열심히 준비해올걸, 아, 더 새로운 시퀀스들로 꽉꽉 채워넣을걸, 하는 생각들. 그러나 다시 마음 가라앉히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시켰다. 내 수업을 위해 코로나를 뚫고 오신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가르쳐드리자. 꽉 찬 수련실을 보며 수업 10분 전에 드는 다짐이었다.
손목이 아프셨던 회원님은 쉬는 동안 한의원에 침을 맞으며 많이 나았다고 하셨다. 집에서 홈트를 해보려고 했다던 회원님은 1시간을 한 줄 알았는데 20분 밖에 지나지 않았었다고 하시며 웃었다. 쉬는 동안 살만 쪘다고 하시는 회원님, 요 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나를 본 것 같다던 회원님, 새로 산 요가매트가 얇다는 회원님 등등 오랜만에 이런저런 근황 아닌 근황들을 전해받으니 마음이 들떴다. 내가 붙임성이 좋거나 말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활발하고 명랑한 에너지의 사람은 아니라서, 평소 내 방식대로 웃으며 조금 차분한 느낌의 반응을 해드렸지만 그 때 내 속마음만큼은 아주 아주 즐거웠음을 다들 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다음 날, 다른 센터의 수업을 갔다. 헬스장 GX 수업. 아무래도 요가원보다는 회원님들과의 라포 형성이 덜 돼있다. 무엇보다 기존 요가 수업 대신에 매트필라테스로 변경을 원한 대표님의 뜻에 맞춰서 필라테스 수업을 진행했다. 끝나고 필라테스도 좋지만 요가가 그립다는 회원님의 말을 듣고, 조금 울컥했다. 나도 그리워요. 대표님한테 한 번 슬쩍 말씀해보세요.
예전엔 헬스장에서 수업을 하고 나면 늘 웨이트를 혼자 하고 오고는 했는데, 삼 주 동안 쉬다 보니까 조금 시들해졌나보다. 웨이트를 건너뛰고 그냥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코로나가 다시 안정기에 접어들면 시작해야지, 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