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회성에 대하여

알아차림

이 사람들과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종종 알 수 없는 부끄러운 감정이 들 때가 있다.

나 오늘 너무 찌질했던 것 같아. 나 아까 왜 그런 말을 한걸까. 왜 더 침착하지 못했을까. 왜 더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까. 왜 엉뚱한 말, 모난 말, 탁한 말, 또는 나를 존중하지 않는 말을 했을까.

당장이라도 아까의 사람들에게 "아까 나 너무 찐따 같았지? 미안해 오늘 내가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아." 라는 문자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아냐, 그렇지 않아" 같은 말 따위의 위로를 받고 싶다. 이상한 심리다. 나의 부끄러운 면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고 상대방으로부터 아냐 그렇지 않아 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답정너의 심리.

집단 속의 내가 유독 부끄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 쓸데없이 소극적이거나 소심한 태도를 보였을 때, 말하지 않아도 될 말을 내 안의 못난 마음(열등, 자만 같은)이 구태여 입 밖으로 내보냈을 때, 상대방의 진심 담긴 말에 충분히 경청하고 공감하지 못했을 때, 지나친 겸손으로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했을 때, 또는 대화 안에 나를 충분히 담지 못했을 때 등등. 이런 날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순간에서도 은연 중에 찝찝한 마음이 올라온다. 오늘 나는 망했다. 아, 이상해. 내 의지와 무관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느낌. 마음이 고요하거나 단단하지 못하고 날뛰거나 흔들리는 느낌. 그럴 땐 표정에도 티가 난다. 불안하고 위태하고 어딘가 어설픈 표정. 눈이 흔들리고 입꼬리가 어색해지는 표정. 그리고 남들과 헤어지고 혼자 있는 순간이 오면 허탈한 해방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 자리만큼은 진짜 나, 가 있다.

그래서 내가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남들도 다 이렇게 어색하고 어설픈가? 부끄럽고 숨고 싶은가? 자꾸 둥글게 안으로 안으로 움추려들고 싶은 충동이 이는가? 그러다 점점 소멸해도 좋을 만큼 최대한 몸을 말아서, 머리를 감추고, 눈을 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