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쿵푸 팬더1>를 보면 주인공 팬더 포는 대사부 우그웨이에 의해 얼떨결에 용의 전사로 지목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스승 시푸와 그의 다른 제자들은 포를 업신여기고 무시한다. 시푸는 포가 고된 훈련으로 자발적으로 수련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포는 굴복하지 않는다. 타이렁이라는 악당이 탈출하고 그를 막을 유일한 존재인 우그웨이까지 사라진 후 시푸는 그제야 포에게 용의 전사라 부르며 너만이 유일하게 타이렁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한다.
갑작스럽게 변한 시푸의 발언에 포는 당신은 처음부터 내가 용의 전사라 믿지도 않았고 오히려 내가 나가기만 바라지 않았냐고 따진다. 그러면서 자신은 용의 전사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자 시푸는 그러면 그동안 왜 훈련을 그만두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 대사를 소개한다.
포: I'm not the Dragon Warrior.
나는 용의 전사가 아니에요.
시포: Then, why did'nt you quit you know I was trying to get rid of you yet you stayed.
그러면 왜 그동안 그만두지 않은 거야? 내가 널 훈련에서 빼고 싶었다는 걸 알고도 넌 남았잖아.
포: I stayed because every time you threw a brick at my head or said I smelled. It hurts but it could never hurt more than it did every day of my life just being me. I stayed because I thought if anyone could change me could make me not me.
맞아요. 전 남았죠. 사부님이 제 머리에 벽돌을 던지거나 저에게 냄새가 난다고 했죠. 그건 저에게도 상처예요. 그래도 전 머물렀어요. 왜냐면그게 아무리 아파도 제가 그동안 살면서 그저 저였던 삶보다 아프진 않았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저를 단지 제가 아닌 모습으로 바꿔주길 바랐기 때문에 여기 남은 거예요.
한국에서 삶을 비관한 건 아니었지만 굳이 이렇게 평생 살기는 뭔가 못마땅했다. 우리는 똑같은 음식만 먹으면 지루하고 물려서 가끔 맛집이나 새로운 레시피를 찾는다. 새로운 시작을 통해 지루한 인생에 맛깔난 조미료를 첨가하고 싶었다.
솔직히 내가 아니라 조금은 다른 나를 찾고 싶었다.
미국에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방식이든 내 삶을 바꿀 동기가 간절했고 나는 그중 하나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다시 시간을 돌려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존 카니 감독의 영화 <Sing Street> (싱스트리트)의 주인공 코너는 라피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코너는 그녀와 대화하기 위해 계단 위에 선 그녀를 올려다보며 자신의 뮤직비디오의 모델이 돼줄 것을 제안한다. 코너는 음악을 만들고 밴드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간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코너는 라피나와 나란히 서서 배를 탄다. 라피나가 물에 젖자 코너는 그녀를 뒤에 앉게 하고 본인이 앞에 서서 배를 운항한다. 라피나를 동경했던 코너는 이제 그녀의 동행자로, 나아가 그녀와 꿈을 이끄는 주체자로 성장한 것이다. 여기까지가 코너의 성장 1막이다.
동시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이 겪을 성장 2막을 예고편처럼 보여준다. 코너는 라파나와 작은 배를 타고 런던으로 향한다. 코너는 배를 직접 몰면서 비바람과 거친 파도를 만난다. 쏟아지는 물세례에 두 남녀의 얼굴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그래도 꿋꿋하게 앞으로 가보겠다는 코너의 표정에는 젊은 패기가 보인다. 그리고 배경 음악으로 애덤 리바인의 <Go now>가 흐른다.
우리가 이미 겪고 있듯 삶은 녹록지 않고 고난의 연속이다. 음악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가는 젊은 두 주인공들에게 전하는 감독의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