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어딜 가야 하는 건 성향에 안 맞아서 집에서 혼자 홈 트레이닝을 한다. 유튜브 영상이 나의 개인 트레이너인 셈인데 원하는 운동은 얼마든지 찾아서 할 수 있다. 부위별 근력 운동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폼롤러로 마사지도 한다. 최근엔 늘 똑같은 영상이 조금 지루해져서 요가수련도 해보는 중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라서 운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몸 여기저기서 땀이 흐른다. 운동을 함과 동시에 식단도 건강하게 챙기고 있다. 먹고 싶은 것이나 간식을 참지는 않지만 하루 한 끼는 건강하고 가볍게 먹으려 노력한다.
어릴 때 수영을 오래 했고, 관두고는 태권도를 했다. 그때는 아주 마르고 왜소했는데 모든 운동을 관두고 공부에 몰두하면서 몸무게는 쭉쭉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몸을 가지게 되었는데, 외가 쪽 유전자 때문인지 허벅지가 굵고 엉덩이가 큰 하체비만형 체형이다. 몇 번의 다이어트를 시도했었다. 요가원도 꽤 오래 다녔고, 수영도 틈틈이 했다. 식단이 중요하대서 원 푸드 다이어트도 해보고, 저탄고지 다이어트도 해봤다. 그때마다 체중이 줄긴 했는데 체중이 줄면 마음이 해이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눈이 갔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야근이 잦았고, 힘듦을 술로 풀었다. 혼자 살게 되니 얼마든지 좋아하는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지친 하루의 보상으로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이십 대까지는 탄탄히 자리하던 근육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근육이 빠지니 먹는 만큼 살이 되고 몸은 무거워졌다. 운동을 깔짝거리기만 하니 근육도 잘 붙지 않아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한동안 몸을 방치했다.
수많은 매체에서 깡마른 여자들이 보였고, 나는 왜 그들처럼 마르지 않았을까 한탄만 했다. 아무리 효과 좋다는 운동을 해도 허벅지와 엉덩이는 빠질 생각을 안 했다. 내 몸이 싫고 미웠다. 하필이면 타고 태어나도 이런 유전자를 타고 태어나는 건지, 좀 날씬하고 예쁜 일자다리로 낳아주지 싶었다. 나오는 옷들은 왜 다 그렇게 작은지. 누구를 위한 프리사이즈인지 모를 옷들만 보며 옷에 대한 의욕도 잃었다.
나날이 늘어가는 뱃살과 무거운 몸으로 침대를 뒹굴 거리다가 문득 내가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밀가루 음식들로 몸을 채웠다. 운동은커녕 집 안에만 틀어박혀 드라마나 영화만 보며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하루 걸음수가 100보 미만인 날도 많았다. 뚱뚱하거나 못생겼다는 미적인 기준은 차치하고 여기저기 아픈 것 같고 불량해졌다는 느낌이었다. 몸이 그러니 우울함이 찾아왔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지 않았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곧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은 안 하다가 하면 정말 힘들다. 내 몸에 이런 근육이 있었나 싶은 자잘한 부위까지 아프다. 처음 며칠은 그런 고통 속에 허우적대다 점점 익숙해지고, 근육을 어떻게 쓰고 자극이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게 되면 운동이 재밌어진다. 매일 아주 조금씩 변해가는 몸을 보는 것도 즐겁다. 힘을 주면 선이 살짝 드러나는 복근도 반갑고, 힘을 풀면 슥 나오는 뱃살도 귀엽게 보인다. 변화가 없을 것 같은 허벅지와 엉덩이의 둘레도 약간이지만 줄었다. 꽉 끼던 바지가 조금 편안해졌다.
식단도 마찬가지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들고, 많이 짜거나 달지 않게 양념하고 기름과 정제 밀가루를 최소화한다. 건강한데 맛있는 레시피를 찾으면 보물을 발견한 듯 기쁘다. 가끔은 귀찮지만, 나를 대접하는 한 끼를 차리는데 기꺼이 시간을 쓴다. 예전처럼 극단적으로 굶거나 한 가지 음식만으로 나를 혹사시키지 않는다. 적당히 맛있고 건강하게 먹으며 적당히 운동한다. 마른 몸매를 원하는 게 아니라 튼튼하고 건강한 몸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유독 여성의 몸에 관심이 많다. 여성의 몸은 몸 그 자체가 아닌 몸매로 평가받는 위치에 있다. 팔뚝이 너무 굵다거나 허리가 잘록하지 않다거나 허벅지가 너무 두껍다거나 엉덩이가 처졌다거나. 모든 부위를 자잘하게 나눠서 관찰하고 점수를 매긴다. 유독 여성들에게만 몸에 대한 기준과 잣대가 편협하다고 느껴진다. 여자들은 운동을 해도 승모근이 솟으면 안 되고, 종아리에 알이 생겨도 안 된다. 시선과 분위기가 많이 바뀐 건 맞지만 여전히 마른 몸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한 때는 모델처럼 하늘거리고 어떤 사이즈의 옷도 소화할 삐쩍 마른 몸을 선호하고 동경했었다. 그들 같은 몸을 가지고 싶어 밥을 굶거나 살이 빠진다는 약을 먹어본 적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였다. 나는 그들처럼 뼈대가 얇지도 않고, 떡볶이와 라면과 빵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는 것이 인생의 큰 행복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들처럼 마른 몸은 결코 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근육이 우락부락한 몸을, 누군가는 뼈만 있는 것 같은 마른 몸을 선호하고 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개인적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몸도 제각기 다르다. 누군가는 아무리 운동하고 먹는 양을 줄여도 허벅지가 굵을 수 있다. 그건 그것대로 건강하고 예쁘다. 뼈대가 굵어서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허벅지와 엉덩이가 커서 바지를 사기는 곤란하지만 그래도 내 몸을 좋아하고 예뻐해 주기로 했다. 허벅지는 굵지만 허리라인은 비교적 예쁘니까, 승모근은 솟았지만 쇄골은 예쁘니까. 다들 빼빼 마른 몸으로만 사는 건 이상하고 재미없다. 자기 위로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를 치켜세우는 위로는 언제나 필요하다. 하체가 튼튼해서인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걸을 수 있고, 아무리 힘든 운동도 끝까지 해내는 내 몸이 고맙고 기특하다. 계속해서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것이다. 정신 건강을 위해 가끔 떡볶이도 마라탕도 먹을 거다. 예쁘고 마른 몸매가 아니라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진 여자로 살아갈 것이다.
2023. 7. 6.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