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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Jul 17. 2022

아 연약한 몸이여

지난 주말에는 몇 년 만에 농구를 했다. 마을에서 알고 지내는 형이 같이 하자고 제안해 줬는데, 나를 포함해 열두 명의 청년들이 손을 들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형부터 초등생 학부형, 비혼 대학원생까지 다양한 구성이었다. 나는 아마 축구를 하자고 했으면 굳이 하진 않았을 텐데, 구기종목 중에 농구를 가장 좋아하는지라 흔쾌히 동참했다.


정해진 시간, 삼삼오오 모여 차를 나눠 타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다들 오랜만에 땀을 흘리며 뛸 생각을 하는지 미세한 긴장감과 묘한 설렘이 공기 중에 느껴졌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체육관은 총 2시간 빌렸다. 1시간은 몸풀기와 레이업, 스크린, 패스 등을 연습했고, 나머지 1시간은 돌아가며 시합을 했다. 농구 연습 시간은 다치지 않기 위해서,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농구에 조예가 깊은 형들이 준비했다. 마치 선수들이 하는 것 같은 연습 루틴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잊어버렸던 감각을 되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시합은 참말로 재밌었다. 평소 승부욕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닌데, 이번에는 정말 말 그대로 재미있어서 열심히 뛰었다. 한껏 땀을 흘리고 몸은 지쳤지만 별로 힘들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기분이 상쾌했다. '다음에도 또 뛰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다음 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일어나면서 몸이 뻐근했고 통증이 느껴졌다. 왼쪽 가슴과 오른쪽 허리가 유난했는데, 웃거나 뛸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오른쪽 허리는 구부릴 때마다 아파서 한 쪽 손으로 어딘가를 짚지 않고서는 몸을 구부릴 수가 없었다. 아침마다 세면대 앞에 서서 얼굴을 닦는 일이 곤욕스러웠다. 


일주일 내내 자도 잔 것 같지 않았다. 몸에 피로는 잘 가시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회사 당직실에 몸을 뉘여봐도 퇴근길 지하철에서 어김없이 곯아떨어졌다. 집에 돌아와서는 뻗기 일쑤였다. '이번 주 정말 왜 이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날의 농구 경기가 떠올랐다. 정말 그것 때문이었을까?


아 연약한 몸이여, 참으로 원통하도다. 종종 풋살이나 농구처럼 격렬한 운동을 하면 1주일은 골골대며 몸이 아프고, 2주일 간은 다른 운동은 잘하지 못한다. 그래도 지지난달부터 조깅을 시작해서 체력에 자신이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힘을 쓰고 순발력을 다해야 하는 운동엔 별로 소용이 없나 보다. 매주 농구를 하면 좀 나아지려나? 그렇지만 그럴 사람도 시간도 구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몸은 고됐고, 일상은 살짝 삐거덕댔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내 숨결과 몸의 반응에 집중하는 거야 혼자 운동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다른 이들과 더불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은 혼자서는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서로 마음을 맞추고, 격려하며 추켜세워주는 시간들이 가져다주는 기쁨이 꽤 컸던 것 같다. 지난 일주일 간을 돌이켜보면 정신은 그래도 상쾌했는데, 그때 나눴던 흥분과 재미 때문은 아니었을까, 내 맘대로 생각해 본다. 다음에도 또 하자고 하면, 가장 먼저 손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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