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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un 18. 2019

지갑이 마구 열린다! 홈쇼핑 PD도 탐낸 방송 상품들!

홈쇼핑 PD로 일하면서 즐거운 점 중 하나는 다양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을 위해 설명을 들었던 상품만 몇백 개가 훌쩍 넘어갈 만큼  많은데 저도 사람인지라 매출과 상관없이 너무 탐나고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상품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눈이라는 것이 비슷한지 이런 상품들이 실제 방송 매출도  늘 괜찮게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홈쇼핑 PD도 꽂혔던 상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며 상품 홍보 목적은 전혀 없습니다.


냉장고도 번쩍! XX 파워크레인


가끔 집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왠지 소파 위치도 바꾸고 싶고 책장 위치도 바꾸고 싶고. 

그럴 때마다 그 무거운 것들을 끙끙대며 옮기거나 옮기는 것을 포기한 기억이 있던 저는 처음 이 상품을 다른 PD의 방송에서 접하고 '에이 저거 무슨 장치가 있는거지?' 하며 의심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상품이 제 담당으로 바뀌면서 협력사와 회의를 하게 되었는데 협력사 한 분이 회의실에서 무거운 금고를 자유자재로 옮기는 시연을 보고 '대박이다!' 를 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거운 냉장고, 소파, 서랍 등 바닥에 4개의 롤러만 끼우면 마법 같이 스르륵 움직이니 제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롤러 4개가 1톤 넘게 버틴다니! 

실제로 저는 이 상품을 구매해서 무거운 화분을 옮기는데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방송 역시 무거운 가전제품, 가구 등을 가볍게 옮기는 모습을 적극 보여주며 시청률과 매출 모두 잡은 기억이 납니다. 두 사람이 누워있는 침대를 그대로 옮기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고 방송의 백미였습니다. 


구워도 냄새가 안 나다니!  XX팬


저는 개인적으로 외식보다는 집밥을  선호해서 요리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종종 생선과 고기를 구워 먹고 싶은데 늘 고민이 기름 튐은 물론이고 집에 가득한 연기와 냄새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디어 프라이팬이 방송 예정이라고 해서 회의를 했는데 협력사분들이 회의실에서 가스버너와 프라이팬을 꺼내더니 갑자기 생선을 굽는 게 아닌가요. 

회의실을 우리만 쓰는 것도 아니고 냄새가 감당이 안될 것 같아서 급히 제지를 했더니 협력사 대표님이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점점 지글지글하는 소리가 들리고 혹여나 냄새가 밖으로 나가면 책임자인 제가 엄청 곤란해지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 정말 신기한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프라이팬에서 나온 연기가 손잡이 쪽에 있는 구멍으로 들어가더니 가스불 쪽으로 나와서 가스불에 인해 연소되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요. 

다시 말해 프라이팬 뚜껑만 덮어놓으면 연기와 냄새가 모두 가스불에 의해 없어지는 획기적인 프라이팬이었습니다. 물론 냄새가 아예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니었지만 회의실임에도 괜찮을 만큼 미미한 수준이었고 연기 같은 경우는 아예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기나 생선을 뒤집으려면 어쩔 수 없이 뚜껑을 열어야 하고 냄새나 연기가 조금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구매 후 실제 사용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대책 없이 굽던 예전과 비교하면 저에게는 신세계였습니다. 

방송에서는 확연히 없어지는 냄새와 연기를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조금은 아쉬운 결과를 냈던 기억이 납니다.


쓰면 납니다! XX빔


홈쇼핑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홈쇼핑의 안 좋은 점을 물어보면 꼭 나오는 것이 과장된 표현입니다. 

상품의 양을 과장되게 보여준다던지 상품의 효과를 과장되게 말해서 고객들을 현혹한다는 것인데 지금도 아예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 기회를 빌어 꼭 하나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최근 몇 년간 방송통신위원회가 홈쇼핑의 불공정한 판매행위에 대해 아주 세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홈쇼핑 회사 내부적으로도 방송에서 표현되는 허위, 과장 등을 아주 예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여지가 있으면 팩트여도 방송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 직접 말을 하는 호스트는 물론이고 PD, MD, 업체까지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건강식품, 의료 기기 등은 그 기준이 더욱 심하여 철저하게 검증되고 인증된 효과가 아니면 방송에서  

감히 말을 꺼낼 수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당하게 '쓰면 납니다'라고 말하는 탈모치료기가 있다? 

가뜩이나 나이가 들면서 슬슬 탈모에 대한 걱정이 생기던 저에게 이 상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식약처 인증, 미국 특허, 각종 임상 테스트 등으로 무장한 헬멧 형태의 이 상품은 하루 약 20분 정도 머리에 쓰고 있으면 발모효과가 있다고 방송에서 당당히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워낙 고가의 상품이라 구매를 못했지만 아직도 방송을 할 때마다 제가 시청자가 되어 구매 욕구가 활활 타오르는 상품입니다.


모기 걱정 끝! XX클린


저는 어릴 때부터 모기들이 줄 서서 찾는 맛집이었습니다. 초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늘 모기 물린 자국 대여섯 방은 달고 다닐 정도로 심한 편이어서 항상 모기장에 갇혀서 모기향을 달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늘 모기향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모기도 죽일 정도면 인체에 과연 무해한 걸까, 체내 축적이 되면 언젠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던 차에 모기 잡는 아이템 하나를 방송하게 되었습니다. 

모기들이 좋아하는 UV LED 빛 파장으로 모기를 유인한 뒤 다가온 모기를 통으로 빨아들여 통 안에서 굶겨 죽이는(?) 상품이었습니다. 

당연히 화학 성분이나 냄새, 연기 등은 없었고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한 상품이라 설명을 듣고 바로 구매를 했습니다. 상품 놓는 위치 등에 따라 효과 차이는 있었지만 3일 정도 작동시켜 놓으면 통 안에 늘 두세 마리의 모기는 죽어 있었습니다. 

여름에는 초파리 등도 유인되어 죽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유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100% 모기를 내쫓을 수는 없었지만 아직도 저는 모기향 대신 이 상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출시되었을 당시 매 방송 매진이 되며 히트를 쳤던 기억이 납니다. 


나의 로망 의류 건조기


횸쇼핑PD로서 지금까지 접한 몇백 개의 상품 중 개인적으로 집에 공간이 있고 자금에 여유가 있다면 가장 1순위로 구매하고 싶은 상품이 바로 의류 건조기입니다. 

의류 건조기가 최근에 나온 아주 획기적인 상품도 아니고, 빨래하고 건조대에 널면 알아서 건조되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방송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좋은 건 알겠는데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사는 상품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하면서 실제 상품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실제 써본 고객들의 리얼한 반응들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교복, 셔츠 등 매일 입어야 하는 의류들 걱정도 없어지고 건조 후 먼지통에 가득 쌓인 먼지를 보면 지금까지 왜 안 샀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는 고객들의 반응에 부모님 댁에 먼저 사드렸고 지금도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먼지 하나 없이 보송보송한 수건의 감촉을 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베란다에서 손목 아프게 이불 털 필요도 없다는 부모님 말씀에 저도 언제가 꼭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히트하고 있는 상품이기도 합니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 역시 별 생각이 없다가도 방송을 위해 많은 아이템을 접하다 보면 종종 생각지도 못하게 구매 욕구가 불타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식품은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고 가전제품은 하나같이 편리해 보이며 의류는 하나같이 멋져 보입니다. 

이런 상품의 홍수(?) 속에서 냉정하게 상품을 평가하여 장단점을 파악하고 각 상품만의 차별성을 방송에서 잘 표현하여 시청자들의 선택을 돕는 것도 홈쇼핑 PD의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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