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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Mar 08. 2019

아찔 폭소 홈쇼핑 방송사고!

생방송은 이 순간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돌발변수가 늘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홈쇼핑 방송 역시 이것을 피해 갈 수가 없고 그래서 종종 방송 사고가 일어납니다. 

폭소를 자아내는 방송 사고부터 아찔한 방송사고까지 다양한 홈쇼핑 방송사고는 유튜브 등에서 동영상 모음이 존재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관심 또한 끌고 있습니다.

10년을 홈쇼핑 PD로 방송하면서 수많은 방송사고를 목격했고 다른 방송에서 나온 방송사고를 들은 적도 많습니다. 오늘은 생생한 홈쇼핑 방송사고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한 번은 남자 정장 바지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시간 매출이 좋아 호스트도 저도 기분이 좋았고 분위기가

호스트하고 싶은 거 다해 수준이었습니다.

마침 한 고객이 디자인을 자세하게 보고 싶다는 요청을 해서 호스트가 입은 바지를 카메라로 타이트하게 잡아 보여주는데 이게 웬걸. 호스트 바지의 남대문(?)이 아주 활짝 열려있는 게 아닌가요.

호스트도, 코디도, PD인 저도 왜 그걸 그때서야 발견했는지 정말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열려있는 남대문(?)을 보며 다급히 멘트 끊으려고 했지만 신이 난 호스트의 멘트가 쉽사리 정리되지 않았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영상을 내보내며 수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호스트는 재미 삼아 노출증 호스트로 놀림을 당하고 있습니다)


식품 방송은 호스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루는 김치 방송을 하는데 평소에도 의욕이 매우 넘치는 신입 호스트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쌀쌀한 날씨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김치 칼국수를 준비했고 대망의 호스트 시식 순간, 딱 봐도 너무 뜨거워 보이는 칼국수를 하필 메인 호스트가 다소 넉넉히 퍼줬고 의욕이 넘치는 신입 호스트는 PD인 제가 봐도 뜨겁고 말고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 보였습니다.

식힐 틈도 없이 거침없이 칼국수를 입 속으로 밀어 넣던 신입 호스트는 외마디 기침과 함께 입속에 있던 모든 내용물을 다시 뱉었고 "아 죄송합니다 고객님들 너무 뜨거워서..."라는 말을 연발하며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이 방송사고는 현재 유튜브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호스트의 실수만 방송사고의 원인은 아닙니다. 대개 식품 방송을 할 때 맛있는 요리들이 준비되다 보니 직원들이 생방송 중에 스튜디오로 와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훔쳐(?) 먹고 가기도 합니다.

어느 날 제가 오리고기 방송을 하던 중 스튜디오 구석에서 후배 PD 몇몇이 여느 때처럼 도둑 시식을 하고 있었고 카메라 감독이 저에게 장난 삼아 저 친구들 음식 훔쳐 먹는다며 그 모습을 예비 카메라로 잡아서 보여줬는데 제가 생방송 진행 도중 정신이 없어 실수로 그 카메라로 컷을 넘겨버렸습니다.

생방송 화면이 아닌, 어두운 곳에서 직원 몇몇이 정리가 안된 테이블에서 게걸스럽게 오리 고기를 먹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나갔고 당황한 저도 다른 컷을 열심히 찾고 당황한 그 친구들도 화면 밖으로 나가려다 넘어지고 테이블을 엎는 등 웃지 못할 대형 방송사고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홈쇼핑 방송사고의 대다수가 상품 시연을 하다가 발생을 합니다.  진공상태가 유지되는 것으로 유명한 냄비가 있었는데 이 냄비 업체는 방송 관계자들이 걱정할 정도로 임팩트 있고 강한 시연을 하기로 유명한 업체였습니다.

냄비 뚜껑을 닫기만 하면 진공상태가 유지돼서 뚜껑이 절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보통 김치찌개가 담긴 냄비를 물속에 넣기, 냄비 뒤집어서 흔들기, 냄비 던지기 등을 세트로 시연했는데 문제의 생방송에서 물속에 넣기, 뒤집어서 흔들기까지는 문제없이 진행이 되었는데 성공적인 시연에 고무된 업체 관계자분이 다소 강하게 냄비를 던져버렸습니다.

오늘은 좀 더 강한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냄비는 모든 내용물을 토해내며 뚜껑이 열려버렸고 갑작스러운 방송사고에 PD도 카메라 감독도 순간 아무 대처를 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세게 던져 밸브가 열려버렸다는 다소 궁색한 멘트로 넘어가긴 했지만 방송 후 업체 관계자가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홈쇼핑 업계에서 유명했습니다.


강한 연출이 방송사고로 이어진 사례는 또 있습니다. 충격을 흡수하는 고밀도 소재로 만들어진 베개를 판매하는 방송에서 소재를 강조하기 위해 달걀을 베개 위에 올려두고 베개를 말아서 주먹으로 쿵쿵 치는 시연을 했었습니다.

문제는 누가 봐도 저 정도면 달걀이 온전치 않을 텐데 생각이 들만한 강한 시연이었고 긴장감을 조성하면 베개를 편 순간, 아니나 다를까 달걀은 박살이 나있었습니다.  당황한 호스트가 '달걀이 오래되었나 봐요' 등을 멘트로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깨진 달걀이 원상 복구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홈쇼핑 방송에서는 크고 작은 방송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방송의 품위나 매출에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방송사고가 아니면 생방송임을 고려해서 다들 웃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저 역시 방송 진행을 하며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방송사고부터 식은땀이 나는 방송사고까지 두루 경험해보았지만 생방송 나름의 묘미라 생각하며 지나갑니다.

가끔 방송보다 방송사고가 시청자들에게 더 기억에 남고 재미있을 수도 있는데 방송사고가 없는 홈쇼핑, 어쩌면 너무 인간미 없는 직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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