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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Feb 10. 2020

마스크도 소독제도 매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보며 

홈쇼핑은 사회적 이슈가 가장 빠르고 크게 반영되는 곳이다. 이슈에 따라 상품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홈쇼핑은 늘 그런 이슈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언제든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얼마 전 다루었던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일본 여행 상품의 방송 중단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커진 사회적 이슈로 인해 경험이 많은 홈쇼핑조차도 미처 대응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이 동이 나는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과거의 큰 사회적 이슈가  홈쇼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2013년 때아닌 살인 진드기 공포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실제 부산에서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가 치료 중 사망했다는 뉴스도 나오며 전국이 살인진드기에 대한 이야기로 들썩였다. 잔디밭은 물론 공원에도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 반려견의 집안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 침대에서도 물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 등 온갖 말들이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진드기 퇴치용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몰렸다. 홈쇼핑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드기 퇴치제와 기피제가 갑자기 불티나게 팔리면서 삽시간에 동이 났다. 뿐만 아니라 피톤치드가 진드기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산림욕기나 공기청정기까지 덩달아 판매량이 치솟았다. 또한 침대 진드기 제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침구 청소기에 주문이 몰리면서 역시 방송 때마다 매진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전 글에 밝힌 적이 있지만 이 이슈에 편승해서 큰 효과가 없는 상품들 역시 홈쇼핑 방송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소개된 적도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소비자들은 이런 상품들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진드기 타이틀을 달고 나온 꽤나 많은 상품들이 실패를 겪기도 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해 홈쇼핑은 명과 암을 모두 경험했다. 가짜 백수오 사태로 인해 홈쇼핑의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였고 실제 사망자가 발생한 후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유통업계 전체가 매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면역력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홈쇼핑에서 건강식품의 판매는 저세상처럼 치솟았다. 특히 홍삼 제품은 방송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미리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았고 어버이날 정도 빼고는 대목이 없는 홍삼이 방송만 했다 하면 목표 매출의 두세 배는 거뜬히 해내었다. 비타민 역시 구매가 늘어나서 하반기와 내년 런칭을 준비하고 있던 상품이 미리 선보여지기도 했다. 또한 마스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 황사 마스크부터 일반 마스크까지 거의 매일같이 방송을 하며 좋은 매출을 기록했고 일반적인 매출 대비 7배 넘게 증가하기도 했다. 손 세정제 역시 방송을 못할 만큼 수량이 동난 것은 물론이다.


날씨 이슈로 인해 홈쇼핑의 매출이 좌우된 적도 있다. 3~4년 전쯤 대한민국을 폭염, 폭우, 혹한이 번갈아가며 공격한 적이 있었다. 7,8월 하루가 멀다 하고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고 장마는 길었으며 비는 왔다 하면 폭우였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몸을 제대로 펼 수 없을 만큼 혹한의 추위가 왔다. 이때마다 홈쇼핑에서는 에어컨, 제습기, 온열매트 등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문제는 더위와 장마, 추위가 상식을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에어컨은 방송을 하기 전에 이미 수백 대씩 주문이 쌓여있었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할 때 주문하면 설치까지 두 달씩 걸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제습기 역시 온갖 브랜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방송으로 선보여졌음에도 방송하는 족족 매진을 기록했다. 온열매트 역시 온갖 브랜드들이 혹한을 등에 업고 하루가 멀다 하고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나 역시도 이때 '이런 브랜드가 있었나' 했던 적이 많았을 정도로 수없이 많은 브랜드들이 흐름을 틈타 홈쇼핑을 통해 고객들을 만났다. 장사는 잘 되었지만 후유증이 있었다. 일단 판매는 했는데  그 수량이 워낙 많다 보니 고객에게 배송되고 설치되기까지가 너무 오래 걸렸다는 것이었다. 홈쇼핑은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의 항의 전화도 많이 받고 고객들 역시 큰 불편을 겪었다. 판매가 아무리 좋다 해도 정도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현재 어디서든 마스크와 손세정제, 소독제 등이 동이 났다고 한다. 사재기도 발생하고 있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홈쇼핑 역시 확보한 수량은 이미 다 판매가 되고 협력사에 다시 생산을 요청한 상태이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조금은 '일단 팔자' 식으로 대응하던 홈쇼핑이 예전과 달리 이런 사회적 이슈가 있다 하더라도 철저히 그 상품에 대한 검증을 하고 숨 고르기도 하며 판매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많은 이슈들을 거치면서 이슈는 잠깐이지만 고객들의 신뢰는 영원하다는 것을 꺠달았기 때문이다. 마스크 덜 팔더라도, 손 소독제를 안 팔더라도 어서 빨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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