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 전에 허름한 굴삭기를 한 대 사고 싶었습니다.
내신랑 천일동안 님이 기계를 잘 다루니
우리 집터는 우리 손으로 만들고 싶었죠.
집 짓고 난 후에 팔아도 중장비 가격은 많이 떨어지지 않고
집이 산이라 계속 가지고 있어도 쓰임이 많을 터였습니다.
하지만 집 지을 시간이 짧았고
자금도 이미 부족한 상황이라
그냥 며칠 불러서 쓰기로 결정했었습니다.
서류 문제로 대기 기간이 그렇게 길어질 줄 알았다면
그때 샀을 텐데...
일이, 상황이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ㅎㅎ
새 집에 들어와 밭부터 들여다보는데
돌이 너무 많아서 뭐가 되질 않았습니다.
모종을 심어도 다 죽고,
나무 한 그루 심으려고 땅을 파면
옆에는 돌무더기가 쌓이고 나무뿌리 덮을 흙은 모자랐습니다.;;
호미는 고사하고 관리기도 안 돌아가는 지경이라
굴삭기 체 바가지로 돌을 걸러내야 되는데
하루 이틀로 될 일도 아닌 데다
굴삭기 하루 사용료가 60만 원이니 엄두가 안 났죠.
그러다 무척 조건 좋은 중고 매물이 나온 걸 보고
이거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 빚내서 구입했습니다.
빚을 냈다지만
저희가 살 수 있을 정도의 굴삭기면
그리 삐까번쩍한 물건을 아닐 터입니다.
어느 친구는 "저거 굴러는 가냐?"라고 하더군요. ㅎㅎ
하지만 외관에 비하면 기능은 잘 작동하는 것이어서
천일동안 님이 조금 손보고
기본적인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한 다음에
뜰밭으로 옮겨주었습니다.
말이 무니가 연습한다지
막상 돌 걸러내고 밭 모양 만드는 작업은
천일동안 님이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저도 기본적인 사용법을 연습하고 있죠.
삽질은 전혀 못 하지만 레버 움직이는 건 할 수 있으니
작은 일은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
둘이 "굴삭기 하나 있으면 좋겠다." 노래를 불렀지만
저희 형편에 굴삭기 같은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갖게 되어서
비록 빚이 또 늘었지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답니다.
어쩌면
내년에는
저도 씨앗을 뿌릴 수 있을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