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혼자 오는 감정이지만, 머무름은 함께하는 용기예요.”
그날, 아무도 보지 못한 감정 하나가
놀이터에 조용히 남아 있었어요.
놀이터 한쪽,
미끄럼틀 밑에 작은 덩어리처럼 웅크린 아이가 있었어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등으로 눈물만 쓱쓱 닦고 있었죠.
멀리서 그걸 본 묻잎이는
자신도 모르게 “아…” 하고 숨을 삼켰어요.
그리고 조심조심—
발자국 하나도 남기지 않게
바람을 타고 아이 곁으로 다가갔어요.
“감정이… 울고 있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울고 있어…”
묻잎이는 자기 몸을 둥글게 말아
아이의 신발 끈 옆에 쪼르르— 앉았어요.
햇살에 반짝이는 묻잎이는 조금 투명해서,
아이는 보지도 못했죠.
“여기야.
나… 그냥, 옆에 있을래.”
잠시 후, 비가 똑똑 떨어졌어요.
아이가 웅크린 어깨 위로
작은 물방울들이 고요히 내려앉았어요.
묻잎이는 조심스레 몸을 펼쳐
우산처럼 들어 올렸어요.
너무 작아서 빗방울 하나도 막지 못했지만,
묻잎이는 진지했어요.
“내가 우산이 될 수는 없어도…
‘곁’이 될 수는 있으니까…”
그때,
다른 묻잎이들이 조용히 다가왔어요.
묻잎일은 아이 옆에 앉아
작은 손짓으로 잔잔한 빛을 뿌렸어요.
“여기에… 반짝임, 조금만.”
그러자 바닥에
작고 따뜻한 빛들이 피어났어요.
슬픔이 잠시 고개를 들 수 있도록.
묻잎이도 조심조심
아이 뒤편에 모래사장을 펼쳤어요.
작고 조용한 공간이었죠.
“여긴, 너의 마음이
그냥 흘러가도 되는 곳이야.”
아이의 감정은 아무 말도 없이 그 위에 떨어졌어요.
모래는 그 감정을, 조용히 흡수했죠.
묻잎삼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을 느꼈어요.
“아직 무거워…
파도를 부를게.”
파도가 와서
아이의 작은 어깨에 쌓인
말 못 한 감정을
조용히… 한 번 쓸고 지나갔어요.
마지막으로,
묻잎사는 아무 말 없이
작은 정원의 문을 열었어요.
“여기, 잠깐…
머물러도 괜찮아.
너의 감정은, 여기 머무를 수 있어.”
그 순간,
아이의 눈동자에
아주 희미한 햇살이 비쳤어요.
비가 멈췄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아이는 일어났어요.
묻잎이들은 조용히 몸을 말고
다시 바람을 탔어요.
아이는 고개를 돌려 말했어요.
누군가를 본 것도 아닌데…
“고마워…”
그리고 그 자리,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어요.
바람도 멎고, 감정도 잠잠해졌지만,
아주 작은 ‘머무름’ 하나는 그대로 남아 있었어요.
감응은,
그 자리에 조용히…
여전히 머물러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