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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밥 Mar 04. 2024

그게 더 싫다.


뭔가 그렇다.

정돈 없이 유난히 슬플 때면 확실한 우울감이 차라리 낫고,  '안돼', '아니야' 등에 속박된 우울한 날이면 초점 잃은 슬픔이 하루를 다 가져갔으면 한다.


한심함에 짓눌려 누워 있는 건, 몸을 추켜세우기 버거운 곳에 넘지 못할 시선이 쳐 있다는 것. 그 경계선이 너무 낮아 꿈틀거리는 것조차 힘들다 확신하는 것. 그 게으름이 그럴싸한 우울감이고 측은한 슬픔이라 착각하는 것. 그래서 이유 있는 손가락질을 이유 있는 논리로 회피하려는 것.



가끔 그렇다.

한때 가졌던 우울함이 늘 지금을 변명하고 늘 가졌던 외로움이 잠깐 뿐이라 속여도 스스로 세운 논리 따위는 애당초 없다는 걸. 그게 가끔씩 날 다그치는 그나마 작은 호통이지만, 생각도 한 귀로 흘려버린다는 걸. 그리고, 가끔이긴 하지만 그나마 알고 있다는 것.



그게 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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