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대한, 개인의 감각
THAV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면서, 낯설고도 친밀한 이곳에서의 생활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불편하던 것들이 점차 무덤해지기 시작하고, 예민하게 닿던 것들도 점차 무뎌지는 시간들이 그렇게 지나가며... 이곳에서 보낸 이미 지나간 시간들이 벌써 아쉬워지기 시작할 만큼, 내 마음속엔 여러 기억과 감각들을 쌓아가는 중이다. 익숙해진 스튜디오와 곧 이별하고, 새로운 스튜디오로 이사할 생각을 하니 조금은 복잡해지는 마음이다.
지난해 봄, THAV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했던 우체통은 내게 레지던시 공간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손 편지를 쓰는 것을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고 즐겼던 나는, 지금도 길 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의 특별한 날엔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로 국제 우편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하고 편한 요즘 시대에,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편지를 쓰고 우체국에 찾아가 편지의 무게와 나라의 거리를 체크하며 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수고로움을 하나의 놀이로 생각한다. 어떤 수고로움과 마음결로 편지를 쓰고 전송하는지 이해하는 친구들은 내게 어떤 날, 예고 없이 편지를 보내 나를 놀라게 만든다. 지친 일상 속에서 만나는,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우편함은 한국에서도 그리고 대만에서도 내게 여러 감정 그리고 감각을 선물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사랑을 발견하는 그리고 이야기하는 것과도 닮아 있다고 믿는다. "Letter Project : Taiwan 2025"는 나의 주변 친구들에게 그리고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들은 언제 계절이, 혹은 날씨가 바뀌는지 알아채나요?"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건,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없다면 시도할 수 없을 태도라는 점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사랑"이라 생각한다. 사랑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보편적으로는, 남녀 혹은 자신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누군가에 대한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가족, 친구, 함께하는 반려 동물과 같은 자신의 주변인들에 갖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이 프로젝트에서의 사랑은, 남녀 간의 애정만을 일컫는 단어는 아니라는 것만 분명히 해두고 싶다.
프로젝트로 돌아와서, 페인터인 나는 최근 몇 년간 아카이빙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나만의 예술 언어인 시각예술 또는 예술 교육으로 드러내는 과정에서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했고, 어떤 생각을 드러내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함에 따라 그 재료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페인팅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단순한 이유를 빙글빙글 말을 돌려가며 쓰는 이유는, 여전히 페인팅을 마음속에서 편히 내려놓는다는 것에 조금의 망설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진행 중인 자연의 색으로 물감을 만드는 작업도 결국은 내가 좋아하는 자연의 색을 캔버스 안으로 옮겨내기 위한 과정이며, 누군가의 계절에 대한 감각을 공유받는 이 프로젝트 또한 어떤 지역/ 국가/ 인물들이 동시대에 갖고 있는 질문에 대한 생각을 기록해 내며 갖는 질문과 공감들이 바탕이 되어 나의 또 다른 작업 세계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편지를 기꺼이 보내주는 나의 주변 사람들 그리고 처음 마주하는 누군가에게 깊은 사랑을 느낀다. 애정을 표하고 싶다.
레터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ttps://mununa.notion.site/Letter-Project-in-Taiwan-2025-17fbf34b8907805a9736d1938632c24f?pvs=4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어/중국어/한국어)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나의 프로젝트 소식이 닿길 바라며 묻고 싶다. 언제 계절이, 날씨가 변화하는지 느끼시는지. 어떤 감각들이 예리하게 발현되어,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지. 혹은, 무덤 하게 스치다 어느 날 계절이 바뀐다 믿는 분들의 이야기도 무척 궁금하다.
타이베이에서 누군가의 편지를 기다리며, 사랑을 믿으며_
As my time at THAV extends, life here—once unfamiliar yet intimate—has become more comfortable. The initial discomforts have faded, and I find myself already nostalgic for the moments I’ve spent here. Soon, I’ll move to a new studio, and the thought stirs mixed emotions.
When I first visited THAV last spring, the mailbox left the strongest impression on me. Since childhood, I’ve enjoyed writing letters as a form of play, and even now, I love sending postcards to friends across the world. In an era of instant communication, I find joy in the effort of handwriting letters, weighing them at the post office, and paying for postage. Some friends, understanding this sentiment, surprise me with letters of their own, turning ordinary days into treasure hunts. I believe mailboxes—whether in Korea or Taiwan—hold emotions, memories, and ultimately, love.
"Letter Project: Taiwan 2025" invites both friends and strangers to reflect on a simple yet profound question:
"When do you notice the changing of seasons or the shift in weather?"
Writing letters requires care and affection—an act that, to me, embodies love. Love, in this project, isn’t confined to romance; it extends to family, friends, and the connections we build.
As a painter, I’ve grown increasingly interested in archiving thoughts and emotions. This project, like my current work extracting pigments from nature, is another way of capturing fleeting moments. By collecting reflections on seasons and time, I hope to document shared human experiences across places and cultures, shaping a new artistic journey.
To those who send me letters—whether longtime friends or strangers—I feel deep gratitude and affection. I hope this reaches someone who resonates with the project. How do you sense the change in seasons? Do certain feelings sharpen in those moments, or does time pass unnoticed until one day, you simply realize it’s changed?
From Taipei, waiting for letters—believing in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