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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오 Dec 31. 2021

2021년, 매주 1회 이상
운동하기를 실천해보았다.

요가와 달리기 그 어딘가

어렸을 때 그 흔한 태권도장도 다녀본 적 없었다.

가족 중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전무하고, 나는 공놀이보다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운동에 재미를 못 붙이고 살다 보니 체육 시간에 기를 못 폈다. 그러다 보니 체육시간과 체육대회를 싫어하게 되었다. 제일 싫어하는 종목은 발야구, 그다음으로 싫어하는 건 피구였다.

그래서 고등학교의 입시 압박은 싫었지만 체육 시간이 줄어드는 건 좋았다. 생각해보면, 운동 자체가 싫었던 건 아니다. 배드민턴을 치거나 배구 수업을 듣거나 줄넘기를 하는 건 재밌었다. 내가 못 하는 종목이 힘들었던 것이다. 재능 없고 못 하는 나를 견디는 게 힘들었다.


그랬던 내가 강제적으로 운동을 하게 된 첫 계기는 다이어트였다. 수능을 마치고 살을 빼면 완전히 다른 사람(좋은 쪽으로)이 되는 신화가 여성들에겐 만연했다. 그래서 살을 뺐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삶은 달걀 몇 개만 먹고 운동을 했다. 정말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건강해지지도 않았다.

내가 인생에서 운동에 재미를 붙이는 날이 올까?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법. 어쩌다 보니 매주 1회 이상 운동을 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첫 번째 이유는 신체 건강 때문이었다.

체력이 떨어지고, 근육이 빠지면 자세가 나빠지고 자세가 틀어지면 아픈 곳이 생긴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몸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혈당이 올라가고, 면역력이 떨어지고 등등등. 나이를 먹을수록 근육은 더 빠진다는데, 마름에 대한 강박 때문에 몸을 챙기지 않는 젊은 여성의 경우 더욱 몸이 나빠질 수 있다고 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외모 평가에 대한 미련을 조금 덜어놓은 나는 남에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이는 것보다 평생 함께할 내 몸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이유는 정신 건강 때문이었다.

2019년부터 진로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나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살다 간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것 같아서 2020년에 상담을 다니기 시작했고, 거기서 명상을 추천받았고, 명상을 하다가 요가를 알게 되었다. 요가는 움직이는 명상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명상을 하면서 운동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거기에 18년부터 해왔던 런데이를 번갈아가면서 했는데, 운동을 하다 보면 몸에 집중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생각이 많아 고민이었던 내게 운동은 생각을 멈추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세 번째 이유는 스트레스 관리 때문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요한 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대학생 시절, 나는 스트레스를 소비로 풀었다. 비싼 고가의 브랜드에서 나온 내 취향의 립 제품을 사모았다. 그리고 계절마다 새로운 옷을 샀다. 그게 아니면 매운 인스턴트 음식을 사서 먹었다. 언제부턴가 위가 쓰리기 시작했다. 구매한 물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때마침 운동을 시작했고, 운동이 재밌어지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마친 후의 후련함과 개운함이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네 번째 이유는 나의 자기 효능감 때문이었다.

자기 효능감이란 과제를 끝마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의미한다. 건강한 자기 효능감을 가지는 첫 번째 방법은 스스로 해내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해내는 경험을 하면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나에 대한 믿음이란 내가 나를 쥐어짜 내거나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해낼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강도는 꾸준할 필요 없다. 내 컨디션에 맞게 그때그때 조절한다.) 하기 싫고, 내키지 않아도 내가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나의 두뇌가 알게 된다. 그래서 다른 영역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


2018년엔 런데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2020년엔 정신 건강을 위해 요가를 시작하면서,

2021년 매주 1회 이상 운동하기를 실천하게 되었다.


개인 블로그에 매주 기록을 하였고, 결과는 다음과 같다.

1주차 2회 (21.1.3) 초반엔 홈트도 추가해서 했다.

2주차 2회

3주차 3회

4주차 2회

5주차 2회

6주차 1회

7주차 2회

8주차 2회

9주차 2회

10주차 3회(21.3.11) 따뜻해지면서 홈트보다 런데이를 하기 시작했다.

11주차 2회

12주차 1회

13주차 3회

14주차 3회

15주차 3회

16주차 2회

17주차 7회*(21.4.25)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일주일 내내 운동을 한 날도 있었다.

18주차 1회

19주차 2회

20주차 1회

21주차 2회

22주차 3회

23주차 3회

24주차 2회

25주차 1회

26주차 1회

27주차 2회 이 날을 이후로 3주간 입원하면서 운동을 하지 않았다.

28주차 2회(21.8.5) 퇴원 후 가볍게 운동하기 시작했다. 정말 더운 여름

29주차 2회

30주차 1회

31주차 1회

32주차 2회

33주차 2회

34주차 1회

35주차 1회(21.9.25) 살금살금 런데이 쉬운 것부터 하기 시작했다.

36주차 1회

37주차 1회

38주차 1회

39주차 1회

40주차 1회

41주차 3회(21.11.2) 날이 추워지면서 요가를 중심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42주차 2회

43주차 2회

44주차 2회

45주차 1회

46주차 1회

47주차 1회

48주차 1회(21.12.29)


결론 먼저 말하자면 52주 중 48주를 성공했다.

병원에 입원했던 3주와 시험을 앞둔 1주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요즘 나는 운동이 정말 재밌다. 요가도, 런데이도 나와 잘 맞고, 여전히 초보자 수준에 달하는 체력이지만 재밌다. 아주 조금씩 꾸준히 하다 보니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내가 나에게 준 과제를 성공했을 때 정말 뿌듯하다.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기분도 좋아진다. 내가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게 대견하다. 그리고 내 몸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긴장하면 어디에 힘을 주는지, 어떤 근육이 뭉쳐 있는지, 내가 달리기에 체력이 힘든 상태인지 아닌지를 알게 되었다. 못 하는 나를 기다릴 수 있다. 잘하지 않아도 즐겁다.


그래서 못 하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어.라는 문장을 30번 반복하는 데도 참고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음 달의 나는 지금보다 성장해있을 테니까. 몇 번 빼먹을 순 있어도 어쨌든 꾸준히 할 테니까. 우울하고 불안한 날이면 무기력해도 요가 매트를 펼친다. 일단 요가 한 번 하고 생각하자고 나를 달랜다. 그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다. 내 걱정을 잊어버릴 때도 많다. 그러면 옷장 정리를 할 힘이 생긴다.


나는 못 하는 게 참 많다. 수영도 못 하고, 자전거도 못 타고, 축구도 못 하고, 발야구도 못 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다 해내고 싶다. 해마다 한 종목씩 마스터하는 걸 목표로 한다면 매주 1회 이상 운동하기가 참 다채롭고 재밌을 것 같다. 21살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체육대회 때 발야구 못 한다고 기죽지 마. 31살의 너는 공 잘 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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