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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오 Oct 21. 2023

삶은 나선형으로 성장하고 있다.

20대,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서 15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매일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다. 인간은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자극을 오래 기억하는 경향이 있어서 실패나 좌절로 인해 인생을 다듬어야 하는 시기에 들어서면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 느끼기 쉽지만 말이다. 크게 보면 매일매일 마음은 성장하고 나아가고 있다. 한참 후에야 그것을 깨닫는다. 17살의 나는 14살보다 성장했다고, 24살의 나는 20살의 나보다 성장했다고, 29살의 나는 25살의 나보다 성장했다고, 40살이 된 내가 30살을 바라볼 때, 60살이 된 내가 50살을 바라볼 때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를 포용하고 나면 부끄러운 시간이 찾아온다. 나는 받은 거 없이 부족한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 나를 챙겨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구나. 나는 이런 능력이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주위 사람들을 질투하고 부러워하기만 했구나. 그러다 보면 나의 매일매일을 그저 지지하고 함께 해주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그들에게 더욱 사랑을 표현하고 진심을 담아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 진다.


나의 감정, 나의 생각, 나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일이 누군가에겐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험자로서 나는 오히려 나 자신과 주변 관계, 그리고 상황에 대한 넓은 조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부정적인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나를 둘러싼 긍정적인 요소들을 바라보는 연습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므로 나를 둘러싼 지지, 인정, 사랑, 관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질 못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지하고 수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되면 비로소 너그러운 시야가 생긴다.


관계에는 역동이 있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나쁜 관계는 흔치 않다. 성격이 더러운 사람도 성격이 너그러운 사람을 도발해서 시비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건 어렵다. 나와 상대방이 있으면 우리의 모습은 서로 주고받는 반응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친구와 있을 땐 말이 많아지다가 다른 친구와 있을 땐 유난히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처럼. 말이 많은 것도, 차분한 것도 전부 나인 것처럼.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수용하는 A가 다른 사람 B를 만난다면, 다른 사람 B는 A를 어떻게 느낄까? A의 타고난 기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B는 관계 속에서 불편감을 덜 느낄 것이다. A와 함께하는 동안 B도 A에게 진솔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A와 B가 연인 관계라면, 가족 관계라면, 직장 동료 관계라면 어떨까?


관계는 변화한다. 안 그러던 내가 상대방의 영향을 받아 성격 더러운 사람이 되는 것처럼. 상대방이 나의 영향을 받아 따뜻한 태도를 따라 배울 수 있다. 그래서 나의 내면을 돌아보고 사랑하는 일은 나와 가까운 관계들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래서 때론 변화로 인해 섞일 수 없는 관계들이 떠나가기도 하고, 내가 떠나기도 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함께 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우리 가족의 변화가 그랬고, 나의 친구들의 변화가 그랬다.


내가 변화하면, 세상도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나는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았기에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만으로 정말 세상이 이로워질 수 있을까 고민을 오래 했다. '내가 사회에 대한 관심을 끊고 내 내면으로 몰입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 챙김과 명상, 요가를 하는 사람이 늘어난 세상, 마음 챙김의 가치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내리는 선택은 그런 가치를 모르고 생산성과 경쟁 우위만을 따지던 사람들이 하는 선택과는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막대한 인구와 다양한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도 한 명 한 명의 개인으로 이루어진 규모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한다. 나의 변화와 내가 맺는 관계의 변화, 그 관계가 다른 관계에 미치는 선한 영향. 그리고 수많은 관계가 모여서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그 사회 속에서는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기후변화와 비건, 동물권에 대한 이전보다 높은 관심과 기업들의 실천만 보아도 그렇다. 비록 국내외적으로 혼란한 이슈들이 많이 터지고 있어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지만 내가 느끼는 무기력감과 두려움까지도 인정하고 수용해 주는 것.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어딘가에선 또 새로운 희망과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걸 믿고 내가 하는 일을 긍정하는 것. 그것이 내가 정의한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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