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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오 Oct 19. 2023

현존하는 삶, 몰입하는 삶

20대,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서 14

한 때는 어린 시절의 나와 청소년 시절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 모두 단절된 것처럼 느껴졌다.

씩씩하고 자신감 넘치고 모두에게 사랑받던 어린 시절의 나,

우울하고 불안하고 이불 킥할 행동도 하지만 모범생이었던 나,

성장하려고 하고, 도전하려고 하던 지금의 나.

그런데 내면을 천천히 들여다보니 모두가 다 하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씩씩하던 어린이가 자라서, 가정환경 속에서 주눅 들어 괴로워하지만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살다가, 그 과거의 모습과 나는 다르다고 부정하고 싶어 하는 어른인 척하는 대학생인 내가 되었다. 대학생 '나'는 노력과 성취만 있으면 내 모습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우울과 좌절을 겪으면서 결국 근본은 내 마음을 이해하고 잘 다스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깨닫고 부지런히 수련을 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여전히 누군가는 편하게 단순하게 사는데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살지? 하는 생각이 떠올라서 수치심과 자책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삶을 풀어가는 방식도, 강도도, 속도도 다 다른 법이다. 인생의 어려운 문제를 먼저 해결해 간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고, 필요한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강점이 있다.


내면을 살피기 시작한 이후로 훨씬 큰 자유를 느낀다. 다른 사람에 대해 신경 쓰이는 생각들이 올라와도 그 생각에 잡아먹히지 않는다. 내 마음이 조금 불편하구나. 알아차리고 나를 챙겨줄 수 있는 산책이나 명상, 가벼운 운동 등을 한다. 좌절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괴로울 땐 그 마음에 귀 기울이며 위로해 준다. 때론 그 답답함 속에 머물기도 한다. 모든 것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재촉하지 않는다.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삶에서 느낀다.


한 때는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지런히 애를 쓰며 살았다. 늘 애를 쓰고 살아서 그게 애쓰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완벽하지 않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가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안다. 모든 답을 빠르게 알아내려고 할 필요도 없고, 삶에는 절대적 기준도 없기에 내 눈앞에 펼쳐지는 삶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편안하고 감정에 진솔한 상태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 우연처럼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다.


여전히 제안 하나에도 두려움이 올라와 쉴 새 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모든 선택은 두려움이 내리지 않는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지금까지 조용히 사무실에 앉아 반복작업을 하는 일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지만, 용기를 내고 학습 멘토링이나 특강을 진행하면서 열정과 호기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을 마주하고 만나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일을 하는 게 기쁨이라는 걸 알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게 하는 제안이 있다면 가슴이 전하는 말을 믿을 필요가 있다는 것도.


명상을 하고, 일기를 쓴다고 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내가 가진 재산, 직급, 성적 어느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세상은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똑같을 것이고, 주위 사람들의 대우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달라졌다. 내가 달라지고부터, 나는 다른 선택들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선택들이었다. 새로운 장소를 가게 되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으며, 좋은 인연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매일 무엇이 펼쳐질지 모른 채 나와 함께 살아간다. 하루 하루를 온전히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날 아, 이게 내가 꿈꾸던 삶이었지. 하고 알아차릴 날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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