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ㅏ Oct 27. 2024

다 같이 잘 지내면 좋을텐데

EP66: 루나의 세 나라 여행


 깊은 숲의 끝자락, 세 나라가 만나 서로의 경계가 맞닿아 있는 마을이 있었다. 동쪽 나라는 높은 산과 함께 하늘을 나는 새들이 가득하고, 서쪽 나라는 광활한 초원에서 빠르게 달리는 동물들이 있으며, 남쪽 나라는 넓은 강과 함께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나라였다. 이들 세 나라는 풍요로운 자원을 가지고 있었고, 각 나라가 부족한 것은 서로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세 나라는 오래전부터 서로를 경계하고 증오하며, 서로 간의 불신과 혐오가 깊이 박혀 있었다.


 루나는 이 마을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을 느껴 세 나라의 관계를 조사해보기로 했다. 루나는 하늘을 나는 새와 함께 동쪽 나라로 향했다. 높은 산 위에 사는 독수리가 루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자부심이 높아. 우리 산은 다른 나라에 없는 아름다움과 높이를 자랑하지. 저기 서쪽 나라의 초원이나 남쪽 나라의 강과는 비교할 수 없지. 게다가 저들은 우리를 질투하며 늘 우리 산을 넘보는 것 같아. 우리와 달리 그들은 신뢰할 수 없는 족속이야.”


루나는 독수리의 말을 듣고 나서 초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서쪽 나라의 초원에서는 늑대가 루나를 반겨주었다. 늑대는 루나를 살짝 경계하면서도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자유를 사랑해. 어디든 달릴 수 있는 초원이 우리에겐 집이지. 하지만 동쪽 나라 녀석들은 늘 자신들이 위에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그들과 다르게 구속받지 않는 삶을 살지만, 그들은 늘 우리의 방식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이 옳다고 말하지. 그리고 남쪽 나라는 우리와 달리 강을 너무 소중히 여겨서, 그 물을 건널 때마다 문제를 일으켜.”


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쪽 나라로 갔다. 강가에 도착하자 커다란 물고기가 루나에게 다가왔다.


“너는 우리 강을 좋아하니? 우리 강은 세상에서 가장 맑고 풍요로운 강이지. 하지만 저 초원과 산은 우리 강을 오염시킬 생각만 하지. 우리는 늘 그들이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두려워. 물이 탁해지고 오염되면 우리 강의 생명들이 살 수 없게 될 테니까.”


 루나는 세 나라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혼란스러웠다. 서로의 나라를 향해 의심과 경계심을 품고 있는 것은 물론, 서로를 원망하는 이유가 모두 조금씩 달랐다. 서로의 강점과 아름다움을 이해하기보다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비교하며 불만을 쌓아가고 있었다.


 루나는 밤이 되자 세 나라의 경계가 맞닿아 있는 언덕 위에 앉아 깊이 생각에 잠겼다. 세 나라는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상대방을 두려워하거나 불신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루나는 이를 바로잡을 방법을 찾기 위해 다음 날 아침, 세 나라의 장로들을 한자리에 초대하기로 했다.


아침이 되자 루나는 세 나라의 장로들을 언덕 위로 모이게 했다. 동쪽 나라에서는 독수리 장로가, 서쪽 나라에서는 늑대 장로가, 남쪽 나라에서는 거북 장로가 참석했다. 


“각자 나라의 자원과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그 다름이 서로를 미워하는 이유가 되어야만 할까요?”


독수리 장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가 자랑스러운 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들과는 손을 잡을 수 없어. 우리는 그들보다 우월하고, 우리의 방식이 최고야.”


늑대 장로도 뒤이어 말했다. 


“우리는 언제든 우리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어. 다른 나라와 엮이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불편해지는 일이야.”


거북 장로 역시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강의 맑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른 나라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아야 해.”


루나는 장로들의 말을 듣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까요? 각자 나라가 가진 강점을 서로 나눈다면 더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루나의 말에 장로들은 잠시 침묵했다. 그들은 평생을 자신의 방식만을 고수하며 살아왔고, 서로를 향한 경계심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루나의 진지한 질문은 그들 마음속에 작은 의문을 일으켰다. 


 “세 나라가 함께 손을 잡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간다면, 지금보다 더 평화롭고 풍요로운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독수리 장로님, 산에서 나는 맑은 물이 강으로 흘러간다면 남쪽 나라의 생명들은 더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늑대 장로님, 초원의 식물들이 강가에서 자라난다면, 강의 보호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장로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나라의 방식이 최고라고 여겨왔지만, 루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았다. 서로 다른 자원과 방식이 결합되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쌓여운 불신과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모두가 잘 지내면 모두가 좋은데, 왜 서로 증오하는 걸까. 정치적, 외교적, 감성적 이유가 협력을 막고 있다.


“서로를 미워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선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해. 그냥 모두가 잘 지내면 모두가 좋을텐데. 쉽지가 않구나”

이전 08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분명 그렇게 된 이유가 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