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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Oct 27. 2024

제도가 문제인데, 애꿎은 사람들끼리 싸운다.

EP65: 싸우는 두 집단과, 피해 가는 범인

 깊은 숲 속의 작은 마을. 그곳에는 여러 동물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이 마을은 규칙과 질서가 철저하게 지켜졌고, 모든 동물들은 그 규칙에 따라 일하고 생활했다. 겉보기에는 평화롭고 안정된 곳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상한 불만과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루나는 이 마을에 도착해 하루 동안 머물기로 했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이었기에, 처음에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자, 곳곳에서 이상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산토끼와 청둥오리가 길에서 서로를 향해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보았다. 


“너희 오리들 때문에 물이 너무 지저분해졌어! 물가에서 쓸데없이 떠들지 말고, 좀 조용히 해!”  


산토끼가 소리를 지르며 외쳤다. 청둥오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맞받아쳤다.  


“그렇게 말하면 너희 산토끼들은 매일 길을 뛰어다니면서 흙먼지를 날리잖아. 우리가 깨끗하게 해 놓은 물이 너희 때문에 더럽혀지는 거라고!”


 루나는 다투는 둘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둘 모두 나름대로 논리가 있었지만,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을 더 둘러보던 루나는 다른 동물들도 비슷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걸 발견했다. 숲에서 사는 동물들은 초원에서 일하는 동물들을 탓하고, 나무 위에 사는 새들은 땅 위를 다니는 동물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모든 동물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비난하며 문제의 원인을 서로에게서 찾고 있었다. 


루나는 숲 위쪽을 걷다가 폐수를 버리는 생쥐들을 발견했다. 생쥐들이 버린 폐수는 물의 흐름을 따라 마을로 흘러갔다.


 "뭐야. 너희들이 폐수를 버려서 물이 지저분해진 거였어?"


 생쥐들은 히죽히죽 웃으며 얘기했다.


 "맞아, 우리가 물을 오염시킨 건데, 마을의 동물들은 서로 싸우더라. 우리에겐 동물들끼리 싸우는 게 더 이득이야.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거지." 


 생쥐 중 한 마리가 낄낄대며 말했다. 동물들이 서로 싸우는 동안, 생쥐들은 몰래 폐수를 계속해서 버렸다. 루나는 이 광경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마을의 문제는 생쥐들이 일으킨 것임에도 서로 싸우는 것이었다. 루나는 마을의 동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루나는 깨달았다. 이 마을의 문제는 단순히 폐수 문제만이 아니라, 동물들 간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다음 날, 루나는 모든 동물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진지하게 말했다.


"얘들아. 너희는 서로를 탓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잊고 다른 곳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물들 탓으로 돌리며 싸우고 있는 거야. 진짜 문제는 저기 위에 있는 생쥐가 만든 건데, 서로의 탓을 하며 의미 없는 혐오만 조장하고 있어


그제야 동물들은 자신들이 규칙 자체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오래된 습관처럼, 문제의 원인을 서로에게서 찾으며 다투어 왔다. 이제 그들은 처음으로 본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나의 말에 따라 각자의 불만을 다시 점검하고, 진짜 문제는 폐수를 버리는 생쥐. 나아가 생쥐를 봐주고, 동물들의 싸움을 주도한 높은 자리의 동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문제의 원인이 반드시 다른 누군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제도와 규칙 안에 숨어 있을 수 있음을 알려준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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