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메뉴 선택기
점심시간.
배에서 정직하게 울리는 소리
아, 밥시간이구나.
별생각 없이 "뭐 먹지?" 하다가
칡냉면이냐 칼국수냐로 마음이 갈렸다.
찬 건 속이 싸할 것 같고
뜨거운 건 땀 흘리며 후회할 것 같았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칡냉면으로 선택.
"그래, 더운 날엔 냉면이지."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확신 없이 말했다.
그.런.데.
막상 받아 든 칡냉면은 질기고 어딘가.. 허전하다.
한 젓가락, 두 젓가락.
역시나 입은 또 배신이다.
"이럴 줄 알았어. 그냥 칼국수 먹을걸."
갑자기 따뜻한 국물 속, 면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걸 먹었어도 똑같이 후회했겠지.
항상 이런 식으로
선택보다 그 뒤에 따라오는 후회가 더 익숙하다.
그럴 거면 왜 그렇게 고민했나 싶다.
틀린 결정이었던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입맛보다 기대가 더 웅장했을 뿐.
질긴 면발을 씹으며
이미 다 먹은 그릇 앞에서
또다시 멍하니 메뉴판을 쳐다봤다.
다음부터는 고민 말고 그냥 비빔밥이다.
이유?
비빔밥은 대충 비벼도 맛은 보장되니까.
그게 제일 속 편하다.
그러고는 혼자 웃었다.
그 다짐, 다음에도 또 잊을 거면서.
사람 마음이란 게 뭐 그렇다.
뭘 고르던 항상 아쉬움은 따라붙는다.
그래도 그 아쉬움 덕에 다음 선택은 조금 더 나아진다.
모든 선택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날의 허기만은 든든하게 채워졌다.
어쩌면 선택의 의미는
결과보다
그걸 견디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지나가는 순간처럼
내 하루를 채워준 작은 결정 하나.
내일의 나는 또 망설이겠지만 오늘의 나는 이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