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설픈 사람이 좋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훅 끌리는 순간을 보면 그 사람이 뭔가 어설퍼서 '허당' 같을 때다. 빈틈없이 완벽해 보이던 사람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삐끗하거나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지는 그런 순간들. 계산되지 않은 그 날것의 모습에 묘하게 정이 간다.
어제 헬스장에서 딱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 하루도 안 빠지고 늘 비슷한 시간에 운동하는 남자. 묵직한 헤드폰을 끼고 세상 비장한 표정으로 쇠질을 하길래, 나름 고수인가 보다 했다. 말 걸기 힘든 포스였달까.
그런데 욕심을 부려 무게를 늘렸나 보다. 벤치프레스를 하다가 바벨에 깔려 옴짝달싹 못 하게 된 거다. 천하장사 같던 그는 얼굴이 터질 듯 빨개져서 허둥대며 도움을 청했다. 사람들이 달려와 바벨을 들어주자 그 비장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연신 "감사합니다" 하며 쑥스러워했다.
신기했다. 그 민망한 순간, 그가 갑자기 내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철벽 같던 갑옷이 벗겨지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보인 기분.
SNS도 마찬가지다. 멋진 사진, 성공한 이야기만 전시된 피드는 금방 질린다. 오히려 "오늘도 망했습니다" 하며 실수를 털어놓는 사람, 모르는 걸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간다.
'인간적이다'라는 건 결국 안쓰러움과 존경스러움, 그 사이 어디쯤 있는 마음 아닐까. 우리는 상대의 완벽함에 감탄할 순 있어도 결국 사랑하게 되는 건 그 사람의 서툰 빈틈 때문이다. 내 어설픈 모습이 그 사람의 어설픔과 닮아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틈 사이로 연결되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