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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의 동심
by
무량화
Jan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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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라산
백록 넘나드는
구름이어도
바람이어도
아,
눈꽃이라면
하냥 더 좋겠네
2025년 두 번째 일요일 아침.
하얀 베일 드리운 백록담이 손짓을 했다.
한라산 적설량이 75센티나 된다더니 돈내코계곡 선명히 드러났다.
이번에야말로 설국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줄 준비 완료한 천백고지.
눈꽃 만발한 비경은 말을 잊게 만들리라.
천백고지는 숫제 백산호 군락지에 다름 아니리라.
그보다는 백조의 호수 발레가 펼쳐진 무대일까.
여태껏 보여준 설경은 서막에 불과했을까.
무릎 높이에 이르는 적설량이 과연, 눈꽃세상의 백미를 유감없이 펼쳐줬다.
덕분에 최상의 설경을 감상하게 됐다.
소담하게 핀 눈꽃은 무채색이나 사람들이 피운 꽃은 색색이 고왔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더러는 홀로 설경을 방문한 사람들.
위 호텔 인근부터 눈이 보이더니 법정사 즈음 산자락에는 자욱하게 눈이 쌓여있었다.
제설차가 뻔질나게 눈을 치웠던지 그래도 도로는 말짱했다.
영실을 지나 천백 고지 휴게소 인근에 이르자 갓길에 차들이 늘어서 정체가 극심했다.
눈꽃버스도 경이감 가득한 관광객을 천백고지에 한 무더기씩 부려놓았다.
하얀 설화를 마주하자 심장이 쿵쿵 뛰었다.
가슴이 설레다 못해 속이 다 울렁거렸다.
드디어 푹푹 빠지는 눈밭에 들어섰다.
꼬리를 문 차량 행렬, 교통경찰의 호루라기 소리, 설경에 취해 환호하는 사람들.
상고대까지는 아니나 이렇게 가까이서 설화를 만날 수 있고 설경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축복 아니랴.
아이들은 주르륵 눈썰매를 탔고 이글루를 만들었으며 집게 같은 플라스틱 도구로 눈사람을 찍어냈다.
꽃이나 별이나 눈이나 마찬가지다.
그 순결한 얼굴들과 마주하노라면 절로 벅차오르는 감정.
영하 3도의 기온이지만 바람 고요해 춥지가 않았고 손도 시리지 않았다.
먼저 휴게소 주변을 천천히 섭렵한 다음 썰매장 뒤편 차도로 진입했다.
언덕길 올라 송전탑을 지나자 왼편으로 환상적인 산책로가 끝 모르게 이어졌다.
휴게소 인근보다 탐스러운 설화 눈부셨고 눈발 송이송이 휘날렸다.
새발자국조차 나지 않은 미답의 설원에 누워 눈사진을 찍으며 올려다본 새하얀 눈꽃은 천상의 꽃.
아마도 천국은 바로 이런 정경 아닐지.
겨울왕국을 방문한 선남선녀들은 고요히 신음 같은 탄성을 발한다.
도무지 이 세상 정경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라 백설의 축제 참가자들은 너나없이 감격에 겨워했다.
신비로운 풍치 앞에서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
함께 이 절경을 나누고 싶은 가족들.
순간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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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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