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덮친 역사상 최악의 산불, '충격' LA 역대 최악의 산불 발생, ‘악마의 바람’ 타고 폭발적으로 번진 재앙급 LA 산불, 화마가 삼킨 천사의 도시, LA 대형 산불 '통제불능' 확산! LA 산불 일주일째, 사망자 늘어나...
뉴스마다 요란스럽다.
동영상 제목은 더 자극적이다.
모든 게 불타고 있는 현장은 생지옥, LA 위협하는 산불로 피해액 수십조, LA 집어삼킨 화마, 美사상 최대피해 화재, 주택가 덮친 산불로 폭탄 떨어진 듯 폐허, 대재앙에 다름 아닌 아마겟돈, LA화재로 천문학적 피해 등등.
보름 가까이 화재현황을 생중계하는 뉴스마다 당장이라도 LA가, 캘리포니아가, 미국이 요절날 듯 떠들어 댄다.
물론 끔찍스런 재난임에는 틀림없다.
화재로 지진으로 태풍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 없는 지구촌이긴 하다.
워낙 광범위하게 화마가 덮친 LA지역이다 보니 친척들이나 친구들도 가족 안부를 묻곤 한다.
그러나 그 영향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면 감이 잘 안 오나 보다.
나만해도 그렇다.
뉴스가 하도 호들갑을 떨어대니 슬며시 걱정이 되지 않는 바 아니나 요셉이든 딸한테든 전화를 걸면 쓸데없는 걱정 사서 한다고 핀잔이나 듣기 마련이다.
괘안타,라고 무지르거나 불이야 매년 나는 거 아니냐며 심상하게 대꾸한다.
직접 돌아다녀보면 제주도도 무척 면적이 넓다.
하물며 LA 카운티 한 모서리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로스앤젤레스 면적은 1,215.97㎢, 서울 면적의 두 배 정도이니 대강 가늠이 되리라.
도봉구에서 봉화를 올리면 성북구 정도야 감이 오겠지만 서초구 쪽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못 느낄 게다.
요셉이 거주하는 집과 딸내미가 사는 집은 화재현장과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다.
연기가 보이고 공기가 나쁘다 뿐이지 밤이나 되어야 벌건 불기운이 드러나는 정도다.
그럼에도 괜찮냐고 그야말로 괜한 오지랖으로 방정을 떨면 어허~ 괘안타카이! 한마디로 끝낸다.
더러 좀 추임새를 넣는다면 LA 산불은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거 예사롭듯 그냥 당연하단다.
소문난 부자동네 마구 타들어 간다니 온 세상이 신이라도 났나? 꼬집을 적도 있긴 하다.
요사이 여기도 연일 중국발 황사현상이 심해 환기창을 못 열듯 LA에서도 외출 시 마스크를 껴야 한단다.
뉴스 화면대로 저 난리 북새통이라면 두문불출, 오로지 방콕이 정답 아니랴 싶다만.
그 와중이라 은근 염려스러운 몇 곳이 있었다.
LA는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영화의 도시이자 예술의 도시다.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과 미술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번 화마가 덮친 말리부 해안가 으리으리한 저택들의 대부호마다 개인 소장품이 적잖을 터다.
팰리사이드에 거주하는 한 미술품 컬렉터는 2백만 달러 가치가 있는 워홀 작품 30여 점 등이 몽땅 불탔다고 했다.
그 밖에도 화재 피해를 입어 소실된 작품들로는, 명성 높은 쇤베르크의 악보 약 10만 점을 포함해 피카소의 명작 등도 있다고 알려졌다.
미술관만도 수십 개에 달하는 LA가 아닌가.
더 브로드나 라크마처럼 도심 한가운데 있다면 모를까 대개 미술관은 한적한 외곽지에 자리했다.
그럼에도 유명 미술관들이 용케 불길을 피해 예술품의 손실이 더는 없었다니 천만다행이다.
그중에서도 LA 시민 모두가 아끼는 게티 센터와 게티 빌라의 안위가 내심 걱정됐었다.
LA 미술계의 자부심인 게티센터엔 고흐의 붓꽃, 모네 루벤스 렘브란트의 그림 다수와 현대회화 등 귀중한 컬렉션 4천여 점이 모여있다.
게티 빌라에는 그리스 로마시대의 귀한 유산 6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어 마치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퍼시픽팰리세이즈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게티빌라 동쪽 벽에서 1.8m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닥쳤으나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게티센터는 원래 건축 설계 단계에서부터 세심하게 화재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화염이 번지지 않도록 건축 자재를 엄선했으며 조경에도 신경을 써, 주변에 아카시아 참나무 등 불연성이 높은 식물을 심었다고 한다.
게티 센터 광장에 들어서면 이마 위로 천연 대리석 흰 건물이 맞아준다.
이 대리석부터 예사롭지 않은 것이, 단지 미관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불에 잘 견디는 자재라서 선정됐으며 지붕도 석재로 덮었다고 한다.
정원에 설치된 대형 스프링 클러는 4만 리터의 물이 담긴 지하 수조와 연결돼 있다고.
벽체는 철근 콘크리트와 방화 강철을 사용했다.
건물 내부 곳곳엔 화재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가압장치와 금고형 문이 설치돼 있는 등 철두철미 산불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만일 이렇게 완벽한 준비를 했어도 화재를 막지 못한다면?
미리 예술품들을 외부로 옮긴다는 설정은 아예 없었던 걸까.
귀중한 예술품들을 옮기기란 최적의 안정된 환경에서도 까다롭고 복잡한 작업이다.
회화도 간단하지가 않은데 대형 조각품이라면 분해과정이 따르는 등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몇 해 전 인근에 산불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을 때도 게티미술관은 온전히 살아남았다.
그때 게티에서 낸 성명서 내용은 이러했다.
"게티는 예술품들을 따로 대피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게티센터 자체가 가장 안전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불길이 턱밑까지 밀려들면서부터 게티미술관 스텝진은 기민하게 대처했다.
화마가 닥쳐오자 10분 만에 공기 여과시스템을 바꿔서 연기가 실내로 스며들지 못하게 했으며 통풍구를 닫고 갤러리 모두를 봉쇄했다.
문마다 테이프를 붙여 작은 불씨나 연기까지 완벽하게 차단시켰다.
그리하여 엄청난 화마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게티뮤지엄.
폴 게티미술관은 게티센터와 게티빌라 두 곳이다.
석유재벌 폴 게티는 1966년 세계 최고의 부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인물이다.
어마어마한 재력으로 세계의 예술품들을 사모아 훗날 자신의 저택을 미술관으로 개조했다.
살아생전 게티는 검약이 지나쳐 인색할 정도로 내핍생활을 했지만 사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 예술품 수집과 전시에 쓸 것을 당부했으며 미술관은 반드시 무료로 개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런 그가 마피아에 납치된 손자 몸값을 깎기 위해 흥정도 마다했다는 데야 피식 실소가.........
2025년 최고 부호 반열에 오른 일론 머스크나 부자 대통령 트럼프는 과연 어떤 족적을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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