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서 눈꽃버스 타고 설경 속으로
역시나 한라산 설문대할망은 자애로운 여신.
육지 손님들에게 설 연휴가 마감되기 전 한라의 품을 활짝 열어제켰네요.
몇 며칠 미세먼지로 시계 제로이다가 설 무렵엔 한파 특보가 발효돼 매섭게 추웠지요.
한라산 일원에는 폭설이 내리며 연신 외출자제 문자가 뜰 정도로 기상상태 매우 험악했더랬구요.
제주도는 여러 날 대기도 탁한 데다 한라산은 잿빛 구름층에 깊이 싸여 그 모습 아예 보여주질 않더군요.
아무리 많은 눈이 내려 어우러진 설경 근사할지라도 한라산에 난 도로마다 교통통제, 차단이 되어버려 도저히 접근 불가였던 거지요.
설날인 어제부터 가까스로 날씨 개이며 푸른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그래도 한라산 도로는 열리지 않았지요.
25일부터 서귀포 중앙로터리에서도 천백고지 행 눈꽃버스가 운행된다기에 걸기대 했으나 결국은 무산.
마음을 바꿔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네요.
새벽까지도 오락가락하는 날씨라 해맞이 산행은 어려웠지만 정오 무렵 성산에 올라 심호흡하며 양(陽) 기운 듬뿍 담아갖고 왔지요.
드디어 오늘 아침, 시야 쾌청한 데다 바람결 온화하기조차 했어요.
앞바다 푸르고 한라산 자태도 그지없이 선명했고요.
오~예스!!!
그 어느 때보다 적설량도 풍부할 테니 설경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우랴.
일단 제주 버스상황 안내소인 064-710-2447로 콜~ 하지만 공휴일에 공무원이 전화를 받을 리 만무이지요.
제주관광공사인 064-740-6000으로 전화해 문의했더니 차질없이 운행 중이라며 친절하게 안내해 주더군요.
그때껏 식전이라 간단한 간식과 아이젠 챙기고는 허둥지둥 준비 마치고 열한 시 반, 거처에서 나왔답니다.
11시 39분 버스를 타려고요.
등기소 앞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줄지어 눈꽃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시간이 되자 낯익은 노란 버스가 중앙로터리를 돌아서 등기소 앞에 서더군요.
버스는 등기소에서 이미 만차, 도중에 거의 정차하지 않고 천백도로로 직행했답니다.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과 중문 사거리 등 정류장에서는 손님들이 여럿 기다렸지만 그냥 패스해버리더라구요.
버스는 씽씽 내달렸지만 천백도로를 타자 이내 속도를 낼 수가 없었지요.
전에는 영실 인근쯤에야 보이던 눈이 위호텔을 지나 천문과학문화관에서부터 하얗게 쌓였더군요.
이미 승용차들이 이차선 도로에 깔리다시피 줄을 잇고 있어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네요.
그 바람에 버스가 지체되면서 족히 반 시간은 더 걸렸지 싶어요.
겨우겨우 천백고지 휴게소에 이르니 눈꽃버스에다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혼잡을 이뤄, 교통경찰들이 여럿 나와 진두지휘와 주차안내를 돕고 있더군요.
일단 아이젠 장착부터 하고 보무도 당당히 눈밭으로 진입했지요.
설경 구경온 인파로 인근은 대목장터처럼 붐볐으며 건너편 천백고지 습지 데크길은 개방을 하지 않아 들어갈 수가 없더군요.
백록상 일별하고 어린이 눈썰매장 지나 언덕 위 송전탑이 있는 오붓한 산책길로 올라갔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장갑 없이도 전혀 손이 시리지가 않았으며 얼마 후엔 더워서 코트조차 벗었어요.
보통 여기 오면 대부분이 휴게소 근처와 썰매장 쪽에서 사진 찍는데 천백고지 눈꽃 진경을 볼 수 있는 곳은요.
바로 뒷산인 통신탑이 솟은 언덕, 그곳이야말로 한라산 바로 아래 영실과 뭇 오름 전망터이지요.
움푹 파인 영실 골짜기를 둘러싼 병풍바위와 오백나한바위 등 기암괴석이 한눈에 보이구요.
백록담 이마가 살짝 드러나는가 하면 아무래도 고도가 더 높은 지대라 눈꽃도 최상급, 끝내줘요.
설국으로 이름난 홋가이도는 안 가봤지만 천국이 예로구나,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환상적이랍니다.
천백고지 눈꽃버스는 2월 23일까지 운행되나 설경은 예년에 보니 3월 중순에도 멋진 날이 있있어요.
겨울 제주 여행의 백미인 천백고지 탐방, 그러니 모쪼록 많은 분들 다녀가시길 권합니다.
눈밭에서 물외한인되어 세월없이 즐기다가 해 설핏해지기 전 다시 눈꽃버스 타고 서귀포로 돌아와서 몇자.....
1001ㅡ1 눈꽃버스 / 1월 25일부터 주말과 휴일에만 추가 운행
서귀포 등기소 앞 출발 시간표
1회 차 ㅡ오전 8시 40분
2회 차 ㅡ오전 10시
3회 차 ㅡ오전 11시 39분
4회 차 ㅡ12시 59분
5회 차 ㅡ14시 44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