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1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순리이자 섭리인 세대교체

by 무량화 Mar 13. 2025
아래로


세상만사 영원한 것은 없다.

쉼 없이 흘러가며 변화하는 세월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는 일.

앞 강물 밀려가면서 뒤 강물 흘러 흘러 새롭게 이어진다.

정치판만 세대교체가 필요한 게 아니다.

한 가계도 마찬가지다.

춘하추동 계절이 바뀌듯 생성이멸(生成異滅)의 철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생겨난 자연계의 물질적 존재이건 무형의 사물이건 그 무엇이라도.

생겨난 모든 것, 왕성한 한시절 누리다가 때가 차면 낡아져 쇠하게 마련이다.

쓸모 없어져 내쳐지기 전 때를 알아서 스스로 물러서는 시기적절한 용단이 필요한 이유다.

자연스러운 현상인 세대교체는 그러나 다음 세대가 옳게 키워져 있을 때만 가능하리라.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바다를 내려다보며 산길 따라 천천히 걷는 중이었다.

문득, 바람 타고 그네를 뛰는 오리나무 열매가 눈에 들어왔다.

이정표가 없던 옛날에 오리(五里)마다 이 나무를 심어서 오리나무라던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라 산비알 곳곳에 사방공사(砂防工事) 용도로 심어졌다.

다가가 살펴보니 그들에게도 세대교체가 소리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사계 주기에 따라 자리를 교대하게 되는 시기에 이른 정이월.

묵은 열매는 새 꽃눈에게 이제 네 시대라며 바통터치를 해주고 있었다.

탱탱하게 움 키워가는 꽃눈 대견스레 지켜보다가 어느 날 강풍 불면 열매는 마른 몸 가벼이 맡기리라.


브런치 글 이미지 3
브런치 글 이미지 4
브런치 글 이미지 5


뒤로 물러서는 건 오리나무 열매만이 아니다.

꽃 흐드러진 산수유도 지금 바삐 세대교체 중이다.

향나무 열매도 앳된 새 열매 자라도록 윗자리를 내줬다.

품 안에 갈무렸던 씨앗 이미 떨군 뒤라 껍질뿐인 빈 둥지 미련 없이 버릴 때가 가까웠다.

점점 알 굵어지며 짙푸르게 성장하는 새 세대를 축복해 주면서 묵은 열매는 이윽고 사라져 가리라.

사철나무 붉은 열매 역시 나이 들수록 몸피 줄어드는 우리네처럼 초라하게 쪼그라들고 있었다.

양지바른 산지 밭뙈기 한켠에 피어난 유채꽃 유독 환해 눈길을 끌었다.

그 곁에는 씨앗 촘촘 품었던 묵은 꽃대가 메마른 채 바스락대며 유채의 한살이를 마무리 짓는 중이다.

세대교체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새 물길 밀고 내려오면 옛 물은 떠밀려가며 흘러간 물이 되어야 하는 것을.

자녀 돌보던 부모는 어느새 보살핌 받는 자리로 위치가 바뀌었다.

순서에 따라 이제는 그들이 활동할 시기에 이르른 것.

키 훌쩍 커버린 자녀들 뒤로 조용히 물러섬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에 따름이리라.

손뼉 칠 때 아쉬움 남기지 말고 떠나야 뒷모습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다고 하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6
브런치 글 이미지 7


꽃이 져야 열매 달리고 씨앗 맺히는 법.

화양연화라 했던가, 한때의 빛나는 영화와 작별해야만 결실 혹은 추억을 얻는다.

낙화는 그래서 비감스럽지만 눈부시게 찬란하다.

겨울눈(冬芽)에게 자리를 내주는 낙엽이 그러하듯 꽃은 소임 다하면 기꺼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님의 시처럼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고  벚꽃 이파리 하염없이 지는 봄날.

봄날이 가면 신록 숲에 이어 성하의 여름이 오느니.

역할 넘기고 이제는 뒤로 물러나 견실해지는 열매 지켜봐야 하느니.

그렇다고 가고 있는 우리의 봄날이 아쉽지 않을 리야.....

작가의 이전글 삼 년 전 일도 이리 아득할 줄이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