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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가장 일찍 폈다가 지는 위미 항

by 무량화


거처가 위미리인 문단 원로를 인터뷰하고 돌아오는 길.

지형적으로 겨울철 계절풍의 영향을 덜 받는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라 여기에다 노후 거주지를 정하신 분이다.

아흔 가까운 어르신으로부터 서너 시간 족히 문장강화에 관한 귀한 조언을 듣고 저물녘 귀로에 올랐다.

그새 해가 제법 길어져 여섯 시가 지났음에도 한낮처럼 환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위미 초등 앞 도로변 벚꽃이 화들짝 피어있었는데 꽃잎 시나브로 지고 있었다.

아직 어둡기 전이라 들렁모루에서 차에 오르는 대신 위미리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

해안가에 이르자 바람 거셌으나 사월 해풍에는 훈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새연교 못지않게 해넘이 경관이 훌륭하다고 알려진 항구가 있는 서쪽으로 걸어 나갔다.

구름층 두터워 멋진 일몰까지는 기대하지 않아도 새롭게 등장한 높다란 교각을 건너 보고 싶어서였다.



근자 차를 타고 지나다니다 보면 한길에서도 보이던 새 다리가 은근 궁금했던 터.

위귀항에서 직선거리로 제일 가까운 바다에 편편하게 떠있는 지귀도 주변에는 암초가 많아 각종 해산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참돔, 자리돔이 버글거려 섬 인근은 철마다 고깃배들이 몰리는 황금어장이라고.

여기 이르러서야 비로소, 쇠소깍에서 빤히 보이는 지귀도를 가려면 위미항에서 배를 타라던 말이 수긍됐다.

그만큼 내항에는 크고 작은 어선들이 물가에 다수 정박해 있었다.

요트 투어, 스킨스쿠버, 바다낚시 등 어촌체험 휴양마을로 지정된 위미 1리란다.

활어 어판장에서 싱싱한 회를 바로 먹을 수 있어 식도락가의 여행지로도 손색없는 위미항이다.


물 좋은 활어를 취급하는 바닷가 식당에서 회비빔밥으로 저녁을 먹고 느긋하니 귀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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