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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정수첩 13-신춘과 만추 사이 순천만

by 무량화

봄꽃이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는 사월

저물녘 순천만 습지에 가보니

시작과 끝이 다정하게 동행하고 있었다

신춘과 만추가 지그재그로 교차되고 있었다

바람이 마른 갈대를 흔들고 지나갔다

한 방향으로 고개 돌리고 술렁대는 갈대숲

그 안에 깃든 작은 새들 조잘거림이 실크 옷자락 스치는 소리 같았다

갯벌 위에 펼쳐진 순천만 갈대숲은 새들만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농게 꼬막 짱뚱어 등 뭇 생명들이 사이좋게 뻘을 놀이터 삼아 살아가고 있었다

황사에다 질금대는 봄비로 낙조 마중도 글렀던 터, 대신 순천만은 오묘한 생태계의 조화를 귀띔해 줬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지.

쾌청한 아침에 출발한 것과 달리 오후 들며 하늘빛 우중충해지며 날씨가 흐려졌다.

순천만의 낙조를 보리라 별렀으나 그날따라 기상조건이 받쳐주질 않았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썰물 때라서 순천만 갯벌이 보여주는 S자형 멋진 수로와도 조우하지 못했다.

그러나 바닷물이 차오른 만조 때라면 발밑 바로 곁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일면 신비롭고도 두려울 것 같았다.

전망대에서 굽어 보이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순천만 하구의 풍경이 장관이라는데 굳이 전망대에 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순천만은 생물학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해안생태경관이 수려하여 2008년 명승 제41호로 지정된 곳.

연안습지로는 전국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이 된 순천만 습지다.

자연 생태계로서의 습지를 체계적으로 보전할 목적하에, 물새 서식 습지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 협약이다.

(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은 원형으로 열린 만으로 남북 직경이 약 30㎞, 동서 길이는 22㎞이며

갯벌, 염생 습지, 자연제방, 하천지형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잠시 아는척하자면 갈대는 습지나 하천지, 바닷가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도 잘 자라는 염생 습지 식물인 반면

하얀 은발 나부끼는 억새는 산언덕이나 밭둑에서 주로 자란다.

잘 보전된 고밀도 갈대 군락은 새들의 은신처가 돼주며 풍부한 먹이를 제공해 주기에

순천만은 온갖 조류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태고의 자연미를 보여주는 물 빠진 개펄에는 설설 기는 게와 짱뚱어.

물길 따라 흔들거리는 낚싯배가 한유롭다.

뻘밭에 이어진 데크를 따라 끝도 없이 펼쳐진 마른 갈대숲의 서걱거림.

원숙한 베이지 톤의 메마른 갈대 더러는 꺾인 채 바람결 따라 부드러이 출렁거린다.

그 품에 싸 안겨 있노라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어 시 한 줄 읊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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