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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산수유 휘덮인 산동마을

by 무량화


경상도 하동 지나면 곧장 전라도 땅, 지리산 높푸른 웅자와 섬진강 녹빛 비단폭이 선뜻 마중 나왔다.

구례에 들어 북쪽 골짜기 끝까지 파고들면 비로소 닿는 산골 동네 산동면.

산동에 이르자 골골이 산수유 천지, 스치는 마을마다 산기슭에도 언덕에도 밭둑에도 산수유꽃이 환하다.

가로수도 당연히 산수유 차지다.

봄의 전령으로 제주섬에 유채꽃이 있듯 산동마을 산수유꽃 노오란 꽃무더기가 반도의 봄을 연다.

그러나 春來不似春, 시절이 하 수상하여 환한 미소 짓는 산수유꽃마저 철부지처럼 보인다.



지리산 품에 감싸인 산동마을 산수유는 노고단 아래 계곡의 큼직한 바위며 초록 이끼 낀 돌담과 어우러져 피어난다.

마을 가운데 흘러내리는 서시천 계류를 따라 군락 이룬 산수유나무는 고목에 가까운지라 그런만치 정서 해묵어 유다른 품격.

어린 나무 회초리 같은 가지에 핀 꽃보다는 연륜 깊은 만치 이리저리 뒤틀린 줄기에 핀 꽃무리에 격조 서린 아취가 담겨있다.

이십여 년 전 처음 와본 마을 정경과는 전혀 다른 낯선 풍치, 그러나 여전스러운 건 몽환적으로 펼쳐진 노랑색 파스텔 화폭이다.

전에는 오직 산동마을 맨 끝 고샅길 따라 한마장쯤만 산수유꽃 휘덮였었는데 지금은 온 천지에 노란 물감을 흩뿌렸다.

과유불급, 군내 소득원이라 지천으로 심었겠지만 깔리다시피 마구 심은 산수유도 조경 안배 고려하지 않은 안목으로 따지자면 하수.

이 동네 또한 예외 없이 부조화 이룬 꼴불견 조형물과 남발하다시피 세운 정자와 누각 오히려 피로감 안기고 자연경관 해쳤다.

의젓한 풍모 지리산 배경만으로도 당당한 마을인데 덕지덕지 꾸미는 데 이골 난 행정이 문제인지 상술이 장난친 건지 아무튼 요지경 속.

여기저기 새로 생긴 돌담길과 여타 공원과 상징 구조물이며 규모 반듯한 상가까지 산동마을은 조잡스런 관광단지로 변모해 버렸다.



코로나 시국이기 망정이지 봄마다 얼마나 난장판 같은 대혼잡을 이룰 것인가 안 봐도 십분 짐작이 간다.

안개비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임에도 이 정도 인파가 몰리는데 마스크 안 쓰던 때는 상가고 난전이고 한철 오지게 본전 뺄 듯.

반면 비명도 못 지르고 쓰러진다는 소상공인 현실을 여기서도 확인, 거의 모든 상점이나 식당은 아예 문도 안 열었다.

길목에 보이던 대형 온천랜드와 가족호텔은 일 년 넘는 개점휴업 상태에 경영난 심각할 터라 남의 일이지만 안타까웠다.

하긴 코로나 여파로 심한 타격 내지 영향받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라고.

꽃구경은 왔지만 여유롭고 한갓지게 꽃놀이나 즐기는 단순한 놀이패 되기 어렵게, 올봄 형세 닮은 하늘빛 내내 불안하다.

마을을 떠나며 읽어본 안내판 문구에 따르면 국내 산수유 생산량의 절반이 구례 산동면 일대에서 나온다고 한다.

가을이면 빨갛게 익는 산수유 열매는 차로 또는 술에도 사용될 만큼 맛이 달콤하고 향기롭다기에 산수유 막걸리 한 병 샀으나 맛은 글쎄?

산수유는 한약재의 기본 원료로 자양강장 효과 및 신경계통과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에 효험이 있다고 동의보감에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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