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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체조하며
행복 호르몬 만들기

by 무량화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

발자국 내딛을 때에 비로소 존재감을 느낀다는 소리다.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한은 걷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하듯 이동거리가 웬만하면 무조건 걷고 신나게 걷고 유쾌하게 잘 걷는 편이다.

한 번뿐인 인생, 지금 이 순간 오늘만 즐기며 살겠다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인 욜로(YOLO)족이 있다.

그와 발음 비슷한 욜드(YOLD)족이란 신조어도 낯설지 않다.

young과 old를 합친 YOLD는 연령대는 노인이지만 체력이나 정신, 의식 면에서 아직 젊게 사는 시니어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나이 들었으나 새로운 문명을 발 빠르게 수용해 '포노(스마트폰) 사피엔스' 족으로 설아 간다.


대세인 모바일을 자재로이 이용해 길을 찾고 항공권을 예매하고 택시를 부르며 새로운 정보를 검색한다


취미생활과 사회활동을 병행하면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노년, 행복스런 여생을 살아가는 젊은 노인이길 누군들 바라지 않겠는가.

여기엔 안정적인 경제력과 심신 건강이 필수로 따라줘야 하는데 뭐니뭐니해도 첫째는 건강이겠다.


억만금 쌓아둔 재벌가라도 건강 잃고 눈 감으면 끝이다.

평소 심신건강을 위한 꾸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은퇴 후 무료하게 시간 죽이며 지난 과거 돌이켜 왠지 억울하고 허무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씁쓸할 것인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지 못했다는 회한과 한탄 대신 그 이전 우리가 적극 취해야 할 행동은?


자신은 늘 뒷전인 채 말없이 인내하며 가족 위해 헌신 희생만 하고 산 윗세대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남존여비, 칠거지악 족쇄에 묶여 한국 여인네들 고유의 화병으로 가슴앓이 심하게 하다가 눈을 감았다.


불과 반세기 사이에 시대가 확연히 바뀌었다.


이제는 자기 자신이 주격이 되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잡다히 신경 쓸 일이나 거치적거리는 거 없이 자유롭게, 홀로라도 전혀 아쉬울 게 없다 보니 싱글족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마침내 여한없이 아주 잘 살았노라, 충만한 삶이었노라 고백할 수 있게 된다면?


지구별에 한 생명 보내신 하늘의 뜻에 맞갖지

않을까.


하여 오늘도 나는 자연으로 나가 걷고 또 걷는다.


특별히 할 줄 아는 운동이 없기도 하지만 평상시 날마다 걷기 운동만은 게을리하지 않는 편이다.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산책하듯 또는 나는 듯이 걷기도 하고 가끔은 빠른 속보로 땀이 나도록 걷는다.

그러면 어느새 기분이 상쾌해지고 콧노래가 새어나올만큼 행복해진다.

이는 걸음 옮길 때의 진동이 뇌간(brain stem)을 자극하면서 엔도르핀이란 호르몬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라고.

알다시피 심신이 안정되고 무한 평화로울 때 나오는 호르몬이 엔도르핀이다.

밝은 햇살 아래 두 팔 자연스럽게 내두르며 걷다 보면 비타민D가 자동 조성되고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생성된다.

걷기 시작한 5분 후부터 세로토닌이 활성화된다는데 30분쯤이면 정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솔라 에너지까지 받으면 비타민 D와 세로토닌이 증가되고 도파민이 분비된다니 일석삼조 효과를 얻게 되는 것.

양팔 힘차게 휘두르며 당당한 자세로 걷는 것이야말로 쾌감과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도파민이 분비되기 좋은 뇌 속 환경을 만들어주는 주체라니 어찌 아니 걸을소냐.

일찍이 허준선생이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고 하였다.

걷기는 최상의 노화방지제라고 발표한 바 있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알맞은 절식과 바른 걷기 운동이 가장 신뢰할 만한 노화 억제법이라 하였다.




몇 해 전, 우스갯소리 그대로 달밤에 체조도 해봤다.


달빛 푸르른 밤 뒷마당에 나가, 하나~ 두울~ 셋~ 넷~ 구령 붙이며 운동을 했다.


학창 시절 건성으로 따라 하던 국민체조에 건강체조를 뒤섞은 나만의 보건체조였다.


유난스레 한 달째 궂은 날씨가 이어지자 핑계김에 펑퍼짐하게 늘어져 지내며 판판 놀기만 하던 때였다.


운동으로 그간 근육과 관절을 골고루 움직여 주다가 동작을 멈추게 되자 그 영향으로 신체 곳곳이 경화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 기름칠 못 먹은 경첩처럼 뻑뻑해진 관절, 근육도 표 나게 축나 부실해졌으며 신체 기능도 많이 떨어진 거 같았다.


만판 쉬다가 어느 날 맘 맞는 산행 친구들이 부르기에 시에라 네바다 산행을 따라나섰다.


그동안 동네 산자락 몇 차례 가벼운 산보 정도나 한 터라 펠리세이스 빙하까지 오르는 산행이 가능할까 내심 우려는 됐다.


오랜만에 갖게 된 산행, 가뿐한 기분으로 출발은 산뜻하게 했다.


그러나 컨디션은 염려했던 거 이상으로 좋지 않았다.


모래주머니를 매단 듯 다리가 무거워, 기를 쓰고 걷는다고 걸어도 어느새 주춤 멈춰서 있게 되곤 하였다.


동행들로부터 자꾸 뒤처져 본의 아니게 친구들에게 민폐만 끼쳤다.


세 시간쯤 올라간 다음 다시 가파른 비탈길을 만나자 그만 자신이 없어졌다.


후들거리며 다리도 풀리고 완전히 기진맥진 상태라 그냥 주저앉을 거 같았다.


그쯤에서 내 형편이 전과 같지 않음을 눈치챈 친구가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했다.


결국 애초 목표했던 빙하는 포기한 채 시냇가에 자리 잡고 퍼질러 누워 쉬면서 가까스로 원기를 되찾았다.


그렇게 쉬면서 방전됐던 기운을 회복해 겨우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체력이 형편없어진 걸 깨달은 그제야 아차! 싶어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불과 보름 정도 걷기 운동을 했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관절 마디가 연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muryanghwa/1043


바로 지난해 봄.


제주의 일월은 설한풍 시렸으며 이월은 영등바람 극성스러웠고 삼월엔 꽃샘추위 자심, 사월은 비가 잦아 고사리장마철이다.


게다가 날마다 해무인지 스모그인지 갑갑할 정도로 자욱한 대기 상태라 폰에는 매일 외부활동 자제 메시지가 떴다.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쏘다닐 여건이 전혀 아니었다.

걷기를 대신할 다른 운동 방법으로 찾아낸 것이 백팔배 절수행이다.


젊어서 삼십 년 넘게 불자로 살아왔기에 낯설지 않은 절이다.


고맙게도 아직 관절 성해 백팔배 충분히 가능하니 작년 조춘부터 지금껏 꾸준히 하루 루틴 삼아 절을 해왔다.


근자 들어 노년기 기본 건강을 위해서는 근테크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절운동을 계속하다 보니 뜻밖에도 복근은 물론 다리 근육이 튼실해졌음을 몸으로 느꼈다.


녹슨 것 같았던 무릎 관절이 유연해졌으며 종아리엔 부쩍 힘도 실렸다.


몸이 강풀 먹인 삼베 천처럼 뻣뻣했는데 명주 고름마냥 부드러워졌으니 내심 감탄스럴 밖에.


걸음새도 확실히 가벼워졌다.


날아갈 것처럼 심신이 가벼워졌다.


처음엔 기상상태가 안 좋아 외부활동이 제약받아서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무진 걸어 다닌 날도, 몸이 아팠던 때도, 손님이 집에 와 며칠 묵어도 일상이 되다시피 한 절은 하루도 빠뜨리지 않았다.


장지문 사이 옆방에서 나붓나붓 절을 올리며 내게 허락된 하루에 절로 감사기도까지 바쳐졌다.


건강은 본인 스스로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내 삶이므로 자기관리가 절대 필요하다는 얘기다.


괜히 가족들 신경 쓰지 않게 평소 단도리를 잘해 건강 유지하는 것이 주요 과제이자 사명이다.


노년기에 이르면 부귀영화 다 부질없고 오로지 심신건강만큼 중요한 화두가 어디 있던가.




본디 운동신경이 덜 발달했는지 내가 할 줄 아는 운동이라고는 걷기 운동뿐이었다.


헌데 이 운동만큼 간단히 할 수 있으면서 뼈나 근육 건강만이 아니라 심신건강을 유지하는데 효과 큰 운동도 없다 여겨진다.


꾸준한 걷기로 관절의 유연성이 늘어나고 근육이 생겨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신체 균형은 물론 근력을 크게 향상시키며 저항력이 향상돼 각종 질병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단다.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 하며, 체지방 감소와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라 한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심장 박동수를 높이고 몸 안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준단다.


때문에 심장과 폐 기능이 좋아지고 혈액순환이 잘 된다고.


특히 야외에서 태양 마주하며 걷노라면 전자동, 햇빛 통해 비타민D를 거저 얻을 수 있다.


'태양이 들어가는 곳에 의사가 필요 없다.'란 이태리 격언이 있다시피 햇빛은 면역력 증강, 신경계 활성화,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촉진시켜 준다.

걷기는 신체 건강만이 아니라 사색하는 시간을 만들어 줌으로 뇌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해서 걷기는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고도 한다.


히포크라테스가 '걷기는 인간의 보약'이라는 말을 괜히 했을까.


걷기는 다리에 문제만 없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전신 건강에 도움 주는 최적화된 운동이다.

무엇보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은 역시 걷기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기에 심장 박동수를 높여주고 몸 안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준다.

몸을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경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도 쓰지 않으면 퇴화해버린다고 한다


이같이 뇌의 신경회로망을 자극하는 최고의 방법은 걷기라고 알려져 있다.

걷는 동안 뇌는 끊임없이 움직이게 돼 뇌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신경회로망을 자극한다,

그로써 해마의 신경세포 성장을 촉진시켜 기억력, 인지력 등 뇌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걷기로 뇌가 활성화되면서 뇌가 젊어지고 건강해져 덩달아 치매예방 효과도 보태진다는 데.


걸을 때 우리는 끊임없이 두뇌의 광범위한 부위를 계속 자극하고 단련하게 된다고 한다.

게다가 면역기능이 좋아지고 근력과 힘줄이 강화된다.

관상동맥 질환이 줄어들고 관절의 노화를 늦추어주며 균형감각이 향상된다.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비만이 개선되며 골다공증이 예방되고 수면의 질이 좋아진다.

또한 제대로 걸으면 다리 근육뿐 아니라 뼈마디 기능을 좋게 한다.

온몸의 근육과 뼈가 모두 움직이기 때문이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리듬감과 조화감이 생기고 심신이 리듬을 타면 생각도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걷는 동안은 온몸의 감각이 열리는 느낌이 들며 정신과도 일체가 되는 희열감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걷기는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이라고 말한 이가 있다.

날씨 맑고 바람 부드러우면 무조건 지체 없이, 난 언제나 걸으러 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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