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꽃향 스며든 지난해 오월 엉또폭포
서귀포에는 폭포가 몇 개나 있을까?
위용 멋진 폭포가 무려 일곱 개나 된다.
하루 만에 그 폭포들을 다 섭렵했다.
그렇지만 평상시엔 폭포가 다섯 개뿐이다.
한라산에 엄청나게 비가 쏟아져 내려야만 나타나는 폭포가 둘인 셈이다.
처음 목적지는 평소 절벽에 물기 흔적조차 없는 엉또폭포였다.
어제부터 엉또폭포가 터졌다는 소문은 들었다.
강풍이 부는 데다 호우주의보가 연신 발효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비가 줄기차게 퍼붓는지라 꼼짝하지 않았다.
실제 서귀포에 내린 비는 오월 하루에 내린 강우량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제주공항은 무더기로 항공기가 결항되며 난리 북새통, 특히 학생들 수학여행 팀이 곤욕을 치른다는데.
간밤에도 비바람 밤새 심했다.
오늘 아침 현주씨와 브런치를 먹고 나서 날씨가 번 해지자 엉또폭포나 가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외출하기 알맞을 만큼 빗줄기도 성글어지고 바람도 잦아들었다.
그러나 신시가지에 들어서니 지척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안개가 자욱했다.
무진기행 배경이 되고도 남을 정도였다.
월산동 지경에 이르자 농무는 더 심해졌다.
엉또폭포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도로변은 주차장으로 변해있었다.
간선도로는 교통통제로 일체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상태였다.
폭포로 향하는 사람들이 길을 메우다시피 하며 안갯속으로 속속 빨려 들어갔다.
우리도 처음엔 잰걸음으로 내달았다.
발길 멈추게 하는 귤꽃 향기 아니라면 이십 분 남짓에 닿을 거리이지만, 그새 폭포가 사라지랴 싶어 귤꽃 향 음미하며 걸었다.
저기압에다 농무까지 짙다 보니 골짜기 가득 청신한 꽃내음이 가라앉아 있어 우린 귤꽃향에 함뿍 취해 들 수 있었다.
꽃 향 더불어 도착한 엉또폭포는 숫제 엄청난 물폭탄이었다.
낙하하는 물줄기가 아니라 연달아 폭발하는 수소폭탄 다발 같았다.
오리무중, 폭포는 형체마저 어렴풋하니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웅장하다거나 대단하다는 시각적 찬사 헌정하기도 전, 폭포수 마구 내리 꽂히는 소리에 귀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귀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얼떨떨, 넋을 놓고 있다가 겨우 정신줄 챙겨 후딱 그 자릴 떠났다.
*엉또 뜻: 제주어로 '엉'은 작은 굴, '또'는 들어가는 입구. 아마도 절벽 어딘가에 동굴이 있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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